우리 그만 헤어지자, 더 이상은 안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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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오늘은 사실혼의 파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우리 판례가 민법의 규정들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규정들을 제외한 나머지 규정들에 대해서는 사실혼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한 적이 있어요. 기억이 나시나요?

우리 판례의 태도에 따라 사실혼 역시 그 효과로서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 등이 양 당사자에게 있으며, 재산분할청구 역시 인정되죠. 다만,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리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그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물론 사실혼 관계가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해 언제든 해소가 가능하지만, 그 사실혼관계에 책임 있는 자에 대해서 상대방은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모두 청구할 수가 있어요. 예를 한번 들어 볼게요.

직장 동료인 김변과 덕구씨는 사내연애를 하다가, 2016. 2. 경부터 함께 동거를 시작하죠. 그리고 그해 4월에 양가 가족들을 초대해 작은 결혼식도 올려요. 뿐만 아니라 김변은 아내인 덕구씨의 친정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탬이 되고자 3천만원을 덕구 친정집에 보내기도 하죠.

하지만 알콩달콩 행복한 신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어요. 2017. 1. 경부터 회사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소문은 김변의 귀에도 들어오죠. 덕구씨가 회사의 직장동기와…

결국 소문은 단순한 소문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어요. 김변은 여전히 덕구씨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사실이 들통나자 덕구씨는 이제 그만하자며 집을 나가게 되죠.

위 사례에서 김변과 덕구씨는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덕구씨의 ‘그만하자’라는 선언에 의해 김변과 덕구씨의 사실혼관계는 끝이나죠.

다만, 우리 판례가 “사실혼관계의 일방이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하는 경우 다른 일방은 사실혼관계를 파기한 자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에 근거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손해배상에는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재산적 손해의 범위는 사실혼관계의 성립, 유지와 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가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에,

위 사안에서 김변은 정신적 손해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덕구씨 친정집에 보낸 3천만원 역시 사실혼관계의 성립, 유지와 인과관계있는 손해라고 주장하며 청구를 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따라서 벌률혼이 아닌 사실혼관계가 파탄난 경우에, 나에게 어떤 법적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실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셔서 파탄의 원인이 있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으실 필요가 있어요. 법은 절대 가만히 침묵하는 자를 도와주지는 않는답니다.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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