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 시대의 어른이 사라지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촉발된 ‘청소년 폭행사건’이 논란을 낳고 있다. 급기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하여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이 시대의 어른이 사라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길거리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본다. 또 남녀 학생이 부둥켜 안고 스킨십 하는 장면도 종종 목격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아무도 나무라는 말을 하는 어른들이 없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 정도야 애교로 넘어간다 치더라도, 자칫 법률적 시비에 휩쓸릴까 싶어 애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 개탄스럽다.  

예전에 골목에서 담배를 피는 학생들을 나무라던 어른이 불량하게 대드는 학생들의 태도에 훈계 차원에서 몇 차례 쥐어박았다가 고소를 당한 사건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었다. 경찰관이 “못 본 척 하지 뭣 하러 간섭하셨냐”고 혀를 차더라는 그 기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법’이 어른을 어른답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법대로 하라”는 말이 “상식으로 해결하라”로 들리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법’다운 ‘법’을 생각하며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소개한다.

‘처벌하겠다는 법’이 아니라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폭행사건’과는 사안이 다르지만 이런 법이 필요한 싯점이 되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성서(누가복음 10장 29절~37절)’에 나오는 비유로, 강도를 만나 죽게 된 사람을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으나 한 사마리아 사람만이 성심껏 돌봐 구해주었다는 부분에서 비롯되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①처벌에 관한 부분과 ②면책에 관한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에릭시걸의 ‘닥터스’를 읽어 보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다. 주인공 바니 리빙스톤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어 아버지를 잃었으나, 뒤에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도입되는 바람에 살인죄를 면한 전력이 있다.

1. 처벌부분
‘구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조해 주어도 자신이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조하지 않았을 때 적용하는 부분으로, 법률적 용어로 부작위범에 해당한다. 부작위란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2. 면책부분
‘구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구조 활동을 하다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구조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부분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닥터스에서 바니나 벤넷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바니와 벤넷이 우연히 들렀던 식당에서 고기가 목에 걸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식당용 칼로 응급조치를 하였다.

다행히 위기에 처한 사람의 목숨은 건졌지만 살인미수죄로 처벌받을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1950년 발효된 ‘의사가 위급한 상황을 당했을 때 나서서 치료하고도 나중에 부당 치료로 고소당하지 않게끔 하는 법률’에 의해 책임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도입에 왜 갑론을박이 많을까?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는데, 인간생활에 최소한으로 꼭 지켜야 할 내용만을 규정하여 강제하고 있는 것이 법이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은 도덕적 문제가 법적 문제로 전이 된다는 뜻이고, 이는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쉽사리 도입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익이 큰 쪽으로’라는 말이 있다. 두 법이 서로 부딪힐 때 어느 쪽 법을 지키는 것이 더 이익이 큰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의 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다.

개인의 자유를 조금 침해당하더라도 위험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이익인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개인의 자유를 좀 더 누리는 것이 이익인지 의논이 시작되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인데…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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