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협박죄의 성립요건

협박죄 성립요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 김경수 정치인은 “드루킹이 인사청탁을 했는데 거절하자 협박을 했다”라고 하더군요. 우리들이 모르는 모종의 뭔가가 있을 테지만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으면 그런 사실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긴 어려울 겁니다. 아마 하늘과 땅과 드루킹과 김경수 정치인 이렇게 넷만 아는 비밀이 되겠지요.

혹자는 “김경수는 여느 정치인과 다르게 참 착하고 반듯한 사람인데 악랄한 드루킹에게 걸려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더군요. 난 그 말이 ‘검지 않은 까마귀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세상에 검지 않은 까마귀도 있습니까?

정치인더러 착하다니 참 순진한 발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게 그렇게 말한 사람이 정말 착한 사람이긴 합니다. 착한 사람의 눈엔 착한 사람만 보이는 거겠지요?

전 좀 게으른 스타일이라 글의 소재를 새롭게 개발하기보다는 무엇이던 하나 걸리면 주구장창 울궈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경수 정치인은 이번에 두 번째 거론하는데 미리 밝혀두지만 김경수 정치인에게 개인적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텔레그램 사용해보니

어차피 풀리지 않을 문제는 접어두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지난번에 텔레그램을 써먹었으니 이번엔 드루킹이 김경수 정치인에게 했다는 ‘협박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협박이란 말은 일상생활 가운데 자주 접하는 흔한 말이지만 뒤에 ‘죄’가 붙게 되면 해석이 약간 분분해집니다. 대법관들조차 의견이 갈릴 정도니까요.

협박의 죄는 사람을 협박함으로써 성립하는 ‘반의사불벌죄’인 범죄입니다.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법전에 명시되어 있습니다(형법 제283조).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쉬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해석에서 어려움이 있을까요? 그것은 세상살이가 단순하지 않아서입니다. 똑같은 행위라도 협박죄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사람을 협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가 협박죄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협박함으로써’를 ‘해악의 고지’라고 바꿔볼 수도 있겠군요. 즉,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가 협박죄입니다.

그런데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껴야 한다는 소수의견과 반드시 공포심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다는 다수의견으로 대법관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대법원 2007도606 판결)

소수의견이나 다수의견 모두 수긍이 되는 것은 제가 팔랑귀라서 그럴 테지요? 팔랑귀면 줏대 없어 보일 텐데, 그래도 어쩝니까 둘 다 맞는 말 같은데요.

대법원의 판단을 정리하면 “협박죄는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범죄의 구성요건은 충족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김경수 정치인이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경우 소수의견에 따르면 드루킹의 협박에 김경수 정치인이 두려움을 느꼈으면 협박죄가 성립하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견을 적용하면 김경수 정치인이 공포심을 느꼈는가와 상관없이 ‘드루킹이 나에게 겁을 주는군’하고 인지를 했다면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드루킹은 협박범입니다. 잡아서 처벌해야 할 범죄이므로 반드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을 텐데요. 다소 애로는 있겠지만 김경수 정치인은 협박의 피해자이니 의혹거리 남기지 말고 시원하게 털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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