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신고를 꼭 해야 하나요?

사실혼
법원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를 부부로 인정하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참 불쌍해요. 과거 누구나가 누렸던 일상적인 행복들마저 이들에게는 더 이상 일상이 아닌 꿈이 되어 버렸어요.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가정을 꾸리는 것도 꿈이 되어 버린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어요. 저 역시 그런 청년들 중 하나죠.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결혼은 나이 들어 당연히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결혼은 더 이상 우리가 마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택지가 아니게 되어 버렸어요.

따라서 앞으로는 결혼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가 형성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의 혼인제도와 같은 강력한 인적 결합이 아닌, 조금은 느슨한 형태의 가족형태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물론 판례에 의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들을 보호하고는 있지만,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혼은 사실상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인 부부관계를 말해요. 당사자들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도 존재하고, 생활을 같이하고, 친지들과 같이 교류하는 등 객관적으로도 혼인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죠.

판례는 사실혼의 경우에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들이 대부분 적용된다고 보고 있어요. 다만, 상속은 예외죠. 즉,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상속은 인정되지 않아요.

그리고 법률혼과 달리 사실혼은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혼인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재산분할청구는 사실혼의 경우에도 가능하답니다).

사실혼으로 평생을 함께 동반자로 살아갔지만, 상속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건 뭔가 납득하기 어려워요. 누군가는 국가에 하는 혼인신고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자체가 일종의 구속이라 생각하며 이를 거부할 수도 있죠.

공동체의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는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국가가 정한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부정하고, 그 형태를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억압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회가 변했어요. 누군가는 혼인신고를 하고 살아갈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이를 거부하고 사실혼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도 있죠,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혼인을 거부하며 동거라는 형태의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어요.

무엇이 옳다고 무엇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각각의 서로 다른 가족형태에 적합한 보호책을 마련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겠죠?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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