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와 취소의 차이와 법률적 해석

무효와 취소의 차이

지난 6월에 ‘헷갈리기 쉬운 비슷한 말’을 뽑아 연재하려고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명예훼손죄 성립요건과 모욕죄 성립요건’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그랬던 것 같군요.

그러면서 파리와 포리의 차이점에 대하여 약간 설레발을 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발을 비비면 파리, 뒷발을 비비면 포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웃자고 한 말이었습니다.

오늘은 법률용어 가운데 무효와 취소의 차이에 대해서 살펴보려합니다. 실은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에 대해 고찰해보려 하였으나 아무래도 실생활에서는 ‘무효와 취소’쪽이 더 유용한 것이 낫겠다 싶어서 방향을 급선회한 것입니다.

무효나 취소라는 말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어쩌면 그 차이를 알고 있지만 설명만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겠고요.

사실 느낌대로 사용하다보면 얼추 맞기도 한데다가 무효나 취소에 따른 효과가 거의 같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무효와 취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쉽게 생각합시다. 무효는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취소는 ‘있었던 것을 없애는 것’으로. 약간 감이 오시는지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약간 따져볼 것들이 있지만 일단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법률적으로 살펴보지요.

무효는 「처음부터 당연히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즉, 법률행위의 효력이 무효로 되면 그 법률행위가 예정한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법률행위의 내용이 ①사회질서에 반하거나, ②불공정한 경우, ③비진의표시, ④통정허위표시, ⑤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경우이면 무효의 사유가 됩니다. 여기서 ‘비진의표시¹’라든지 ‘통정허위표시²’가 걸리시지요? 아래 각주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당사자의 주장이나 법원의 직권판단 등에 따라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면, 그 법률행위는 소급하여 무효가 되고, 무효인 법률행위는 사후에 무효사유가 소멸하더라도 유효로 되지 않습니다. 특히 무효는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어디서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법률조항에 근거한 것입니다. (민법 제741조)

취소는 「유효한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발생하였으나, 취소권의 행사에 의해 법률행위가 있었던 때로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 민법상 취소원인은 ①행위무능력자의 의사표시, ②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③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소권은 무능력자, 하자있는 의사표시를 한 자, 그 대리인 또는 승계인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한 자’가 빠진 것이 눈에 뜨이는데, 이는 입법상의 부주의로써 취소권자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소하는 의사표시는 특별히 재판상 행사하여야 하는 경우 이외에는 특정한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취소의 의사가 상대방에 의하여 인식될 수 있다면 어떠한 방법에 의하더라도 무방하다는 판례가 있으니 이도 참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법원 1993.9.14 판례, 93다13162)

무효와 취소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살펴봤는데 이해가 되시는지요? 법과 관련된 글들은 정제되어 있어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대신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에 적응만 하면 오히려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쉽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문장가 가운데 법률가들이 많은 까닭은 그런 이유 때문일테지요.

그러지만 영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냥 앞서 이야기한대로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은 무효로, 성립이 되었지만 여타한 사정으로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을 취소로 이해하도록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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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진의 표시: 내심()의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자각하면서 한 의사표시이다. 소설에서 “내 본심이 아니었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본심을 진의로 바꾸면 이해하기 쉽다. 비진의란 진의가 아니다. 즉, 본심이 아닌 표시를 비진의 표시라고 한다.

2. 통정허위표시: 상대방과 짜고서 한 허위의 표시이다. 통정이란 상대방과 짠다는 뜻이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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