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면탈죄 판례, 돈을 빼돌렸다고 다 형사처벌이 가능할까?

강제집행면탈죄

우리는 돈이 필요할 때,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기도 하지만, 아는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하죠. 보통 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줄 때에는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별도의 담보를 제공받지 않고 신뢰를 바탕으로 그냥 돈을 빌려 주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그렇게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 양도하는 경우에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를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생각보다 당해 규정을 적용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통해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덕구씨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어느 날 덕구씨의 친구 김변에게 연락이 왔어요. 김변은 자신이 서울에 집을 분양받게 되었다며 덕구씨에게 한껏 자랑을 했죠. 그렇게 자랑을 하던 김변은, 분양대금으로 지불해야 할 돈이 조금 모자란다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했어요.

그리곤 자기가 덕순이에게 빌려준 돈을 2017. 8. 15.에 받게 되는데, 덕순이로부터 돈을 받자마자 변제하겠다면서 덕구씨에게 간절히 부탁을 했죠. 덕구씨는 김변을 믿고 덜컥 돈을 빌려 줬어요. 그런데 김변은 2017. 8. 10. 덕순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채권을 딸에게 덜컥 양도를 해버리게 되는데…

우리 형법 제327조에는 강제집행면탈죄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어요.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라고 규정을 하고 있죠.

우리 판례는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때 성립되고, 여기서 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란 채권자가 이행청구의 소 또는 그 보전을 위한 가압류,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기세를 보인경우를 말한다”라고 판시를 하고 있어요.

우리 형법 규정과 이에 대한 판례의 해석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김변을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요.

위 사안에서 김변은 대여금의 변제기 즉, 덕순이로부터 돈을 받기로 한 2017. 8. 15. 이 도래하기 전에 딸에게 채권을 양도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가 없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김변이 딸에게 양도한 채권이 통정¹하여 허위로 한 것이라면, 민법 제108조의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그 채권양도는 무효이고, 따라서 당해 채권은 여전히 김변에게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는 건 가능할 수도 있어요.

덕구일보 독자님들은 가급적 지인들 사이의 돈거래는 피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거래를 하셔야한다면, 그 내용을 명확히 정하여 꼭 서면으로 남겨 놓으세요, 그리고 담보도 설정해 놓으시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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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정(通情):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음. 여기에서는 그냥 ‘상대방과 짜고’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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