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로 배우는 지혜, 삼방일량손

수
0은 자연수가 아니다.

엄마가 피자를 한판 만들어 주었더니 두 아들 A와 B가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웁니다. 이럴 때 어떻게 나누면 두 아들이 싸우지 않고 수긍할까요?

“A가 나누고 B가 먼저 골라라”

아마 이렇게 정리해주면 다투지 않을 겁니다. 서로 불만이 있을 수 없겠지요?

1, 2, 3, 4, 5······
우리는 이런 수를 양수(양의 정수) 혹은 자연수라고 합니다. 자연에 있는 수라서 자연수지요. 0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수가 아닙니다. 오늘은 이 자연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수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 17마리를 가진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첫째 아들은 2분의 1, 둘째 아들은 3분의 1, 막내아들은 9분의 1을 가지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세 아들은 17마리의 소를 유언대로 나누어 가지려고 하였으나 도무지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웃에 사는 슬기로운 노인에게 찾아가 방법을 물었더니 그 노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소 1마리를 빌려줄 테니 우선 18마리를 만들게. 그렇게 해서 큰아들은 18마리의 2분의 1인 9마리를, 둘째는 3분의 1인 6마리를, 막내는 9분의 1인 2마리를 가지게. 그럼 모두 17마리이니 남은 소 1마리는 내게 돌려주게.”

역시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엔 조선시대 고사라고 알려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는 재미도 있고 교훈이 있어 이런 고사 우려먹기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몇 번 우려먹은 내용인데 또 이렇게 써먹는군요.

어느 가난한 사람이 추석차례를 모시기 위해 돈 석 냥을 빌려가던 중 그만 돈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침 그 길을 지나던 어떤 가난한 나그네가 그 돈을 주워 수소문 끝에 돈을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가난한 사람이네요.

“돈을 잃어버린 것은 내 잘못일뿐더러, 그 돈이 내 돈인지도 알 수 없으므로 난 받을 수 없습니다.”

“나도 남의 돈을 함부로 갖는 도둑이 아닙니다.”

둘은 결국 관아로 가서 원님께 판결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자, 원님은 자기 주머니에서 한 냥을 꺼내 보탠 뒤 두 사람에게 두 냥씩 나누어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마음만 바꿔먹으면 석 냥을 가지고 갈 수 있는데 이렇게 양보를 하니, 그대들도 한 냥씩 손해를 보고, 나도 시비를 가리지 못했으니 한 냥을 손해 보면 ‘우리 세 사람 모두 한 냥씩 손해를 보는 셈’이니 공평하지 않은가.”

‘삼방일량손(三方一兩損)’이라고 하여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연대나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 ‘삼방일량손’과 똑같은 이야기가 일본에도 전해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내용이 임상혁 저 <소송으로 보는 조선의 법과 사회>에 수록되어 있어 소개합니다.

다다미를 만들어 파는 사부로오효오에이는 설을 쇠려고 돈 3냥을 빌려서 돌아오다가 그것을 잃어버렸다. 한참이 지난 뒤 건재상을 하는 쵸오쥬우로오는 길을 가다가 어느 둑 아래서 3냥이 든 주머니를 주웠다.

“잘못해서 이를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하고 생각을 하면서 돈을 싸고 있는 종이를 보니 ‘다다미 가게의 사부로오효오에이’라고 쓰여 있었다. 곧바로 쵸오쥬우로오는 마을에 내려가 다다미가게를 하는 사부로오효오에이를 수소문 하였고,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부로오효오에이는 “한번 잃어버린 것은 내 것이 아니니 받을 수 없소.”라고 말했다. 쵸오쥬우로오는 “나도 일부러 품을 들여 돌려주러 왔는데 받으시오.”하고 맞섰다.

“받으시오”, “못 받겠소”하고 옥신각신하다가 마침내 부교오(일본 에도시대 지역행정관)인 오오오카 타다스케 에게 판결해 달라고 하였다.

이 욕심 없는 에도 백성들의 깨끗한 마음에 감동한 타다스케는 자기 품에서 1냥을 꺼낸 뒤 원래의 3냥을 보태어 4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2냥씩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며 판결했다.

“3냥을 잃어버렸는데 2냥을 찾은 사부로오효오에이, 3냥을 주웠는데 2냥만 갖게 된 쵸오쥬우로오, 공연히 1냥이 빠져나간 나, 이렇게 3사람이 함께 1냥씩 손해를 보는 것이 어떠한가?”

일본에서 유명한 명판결의 사례로 알려진 이 이야기의 주인공 오오오카 타다스케(1677~1751)는 뛰어난 재능으로 말미암아 제8대 쇼군 토쿠카와 요시무네에게 발탁되어 41세에 에도마치 부교오로 취임한 뒤 여러 유명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가 우리의 ‘삼방일량손’과 똑같지요? 어느 한쪽이 이야기를 각색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일본 쪽 이야기가 구체적이라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수(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지혜가 뭔지 감이 잡히는지요? 오늘도 일기가 고르지 못합니다. 마음단속 잘 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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