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자무공(怯者無功)··· 바둑격언으로 보는 삶의 지혜

겁자무공
겁자무공(怯者無功)

겁자무공이란 ‘겁이 많으면 공을 이루지 못한다’는 격언으로 중국 동한시대 국수 마수장의 ‘위기부(圍棋賦)’에 나오는 말이다. 이 시대의 겁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청심과욕(淸心寡慾)’, 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도 끈기 있게 밀고 나가면 되살릴 수 있다는 ‘기사회생(起死回生)’, 상대의 작은 말을 잡으려다 자기의 큰 말을 죽인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상대를 얕보면 당한다는 ‘경적필패(輕敵必敗)’, 자신의 작은 말로 상대의 큰 말을 잡는다는 ‘이소역대(以小逆大)’ 등 유독 바둑에서 유래된 격언들이 많다.

그 많은 바둑격언 중에 고르고 골라 10가지를 뽑아낸 것이 있으니 당(唐)나라 바둑의 명수 왕적신(王積薪)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위기십결(圍棋十訣)이다. 왕적신이 단순히 많은 바둑격언 가운데 골라내는 작업만 했는지, 직접 지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왕적신의 위기십결’이라 불리는 것으로 봐서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위기십결을 그저 바둑을 잘 두기위한 10가지 비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격언들을 우리의 삶에 대입해보면 우리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비법이 된다.

△부득탐승(不得貪勝)
이기려고만 하지 말라. 위기십결의 제일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결중의 비결이다. 욕심을 버리기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 그럴 것이다.

△입계의완(入界誼緩)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는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가라. 사람의 마음이 대체로 내 집보다는 상대의 집이 커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내 집을 크게 키우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공피고아(攻彼顧我)
상대방을 공격하고자 할 때는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라. 내게 약점은 없는지, 반격 당할 소지는 없는지 잘 살핀 후에 공격하라는 말이다.

△기자쟁선(棄子爭先)
돌 몇 점을 희생시키더라도 선수(先手)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바둑에서 선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덤을 내야 함에도 프로기사들이 흑을 잡으려 하는 것은 선수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 준다.

△사소취대(捨小就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라. 작지만 눈앞에 이익이 있는데 냉정하게 멀리 내다보고 눈앞의 이익을 먼저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작은 것을 탐내다(小貪) 큰 것을 잃는 경우가 많다(大失).

△봉위수기(逢危須棄)
위기에 처할 경우에는 버려라. 곤마가 생겼을 때는 먼저 그 곤마의 관상을 잘 봐서 살아가는 길이 있다면 살려야 하지만 쉽게 살릴 가망이 없거나 살더라도 여기저기서 대가를 크게 지불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면 미련을 두지 말고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신물경속(愼勿輕速)
경솔히 빨리 두지 말고 신중히 생각해서 두라. 감각을 훈련하는 데는 속기로 많은 판을 두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실제 승부에서는 빨리 둬서 좋을 것은 별로 없다.

△동수상응(動須相應)
상대가 움직이면 같이 행동하고 멈추면 같이 멈춰서 앞뒤가 맞게 서로 호응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한 번 두어진 바둑돌의 위치는 바뀌지 않지만 그 역할은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바둑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고 한다. 동수상응을 이해한다면 이미 고수다.

△피강자보(彼强自保)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내 편의 돌을 잘 보살펴라. 불리할수록 참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꾹 참고 기다리다 보면 찬스는 꼭 찾아오는 법이다. 상대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다.

△세고취화(勢孤取和)
상대편 세력 속에서 고립이 되면 빨리 안정하는 길을 찾으라. 초한지에 한신이 한낱 거리의 부랑자 가랑이 사이를 기는 장면이 나온다.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순간의 굴욕은 참을 줄 알아야 한다.

격언이나 속담처럼 짧은 글에는 옛 사람들의 경험이 농축되어 있다. 말랑말랑한 현대의 감성적인 문장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격언은 단순히 공감이나 위안을 주는 현대적 언어와는 그 궤가 다르다.

특히 위기십결에 나오는 이 격언에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점에 대한 파훼법이 담겨있다. 삶의 비법이니 바둑을 알건 모르건 꼭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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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구

덕구일보 편집장.
제가 바담 풍하더라도 바람 풍으로 알아묵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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