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로 배우는 지혜, 쉬운 말 놔두고 어려운 문자는 왜 쓰나?

공부

비 옵니까? 제가 있는 곳은 비 옵니다. 비 오니까 좋네요.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경어체로 해볼까합니다. 앞으로도 날씨나 기분의 변화에 따라 문체를 요리조리 바꿔볼 생각입니다. 고정되어 있음 지루하니까요. 이전엔 경어체와 평서체를 왔다 갔다 했는데 최근에 평서체만 사용했더니 지루하네요. 그럼 스타뚜~^^

내가 옛날이야기를 좋아한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옛날이야기 좋아하면 못 산다”며 나무라던 어머니 음성이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취학전후였지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나의 옛날이야기 사랑은 변하지 않는군요. 요즘도 머리가 복잡할 때면 옛날이야기책을 꺼내놓고 읽곤 합니다.

SNS시대라 해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저도 페이스북을 하는데요, 이 페이스북이 옛날이야기만큼이나 참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교류가 가능하거든요. 페이스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페이스북 자체에서 가짜계정을 걸러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인지 SNS 가운데서는 가장 현실과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페이스북에 친구들이 올리는 글들을 읽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고 후딱 가버립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데 그 내용이 참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이라도 쉽게 읽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어려워서 아주 애를 먹이는 글도 있더군요.

어려운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거야 선생님이나 교수님들 같은 전문가들이 잘하지만, 쉬운 내용을 아주 어렵게 쓰는 것은 어떤 직업에 있는 사람일까요? 어렵게 쓴 글을 읽노라면 “이야, 이것도 재주는 재주다 어떻게 이토록 어렵게 적을 수 있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 글을 읽노라면 그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옛날 황해도의 유식한 김참봉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은율의 황산에 살았다는 이 양반은 평소에 문자 쓰기를 좋아해서 ‘아침밥을 먹었다’는 말은 ‘아식조반야(我食朝飯也)’라고 하고, ‘빨리 가자’는 말은 ‘속거속거(速去速去)’라고 할 정도였는데, 하루는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서 김참봉의 장인을 물고 가버렸답니다.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 가면 그냥 마을사람들에게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가요, 와서 구해주세요”하면 될 일인데, 김참봉은 아심경, 아심경이로다 하면서 마을로 가서 한다는 말이,

“원산지호가 자근산래하야 오지장인을 착거라 착거라! 지봉자는 지봉이래하고, 지창자는 지창이래하여, 속거속거 오지장인 구출하라!”라는 문자 말이었지 뭡니까. ‘아심경(我甚驚)’은 ‘아, 놀래라’라는 뜻입니다.

원전은 “遠山之虎가 自近山來하야 吾之丈人을 捉去라 捉去라! 持棒者는 持棒而來하고, 持槍者는 持槍而來하여, 速去速去 吾之丈人 救出하라!”인데 풀이하면,

“먼 산의 호랑이가 가까운 산에서 내려와서 우리 장인을 잡아갔다. 몽둥이를 가진 자는 몽둥이를 가져오고, 창을 가지고 있는 자는 창을 가지고서 빨리빨리 가서 우리 장인을 구출하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알 턱이 있나요. 장인은 호랑이에게 물려가고, 김참봉은 그런 촉박한 상황에서 문자를 쓰는 바람에 장인을 구하지 못했다하여 관에 잡혀가 매를 맞고 말았지요. 그런데 이 김참봉은 매를 맞으면서도 문자를 썼답니다.

“아야 둔야! 통야 차후불용문자호아!”
(我也臀也 痛也 此後不用文字乎)
아야, 엉덩이야 아파라, 앞으로는 문자를 사용하지 않겠노라

이 정도면 중병이지요. 음식을 먹고 소화를 잘 시키면 누런 황금색 똥을 눕니다. 그런데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먹었던 음식이 제대로 삭혀지지 않고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있지요. 어려운 글을 읽다 보면 흡사 삭혀지지 않은 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위장이 고장 났으면 빨리 고쳐야 하는데요.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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