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섬찟한 법이야기

김경수 변호사
김경수 변호사

반갑습니다. 덕구일보 독자여러분!
‘김변의 맛있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변호사 김경수입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제공하는 ‘맛있는 법’이 여러분의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께 들려드릴 첫 번째 이야기는 아주 무시무시한 이야기입니다.

제주도에 혼자 사는 청년이 있었어요. 그 청년은 너무 가난해서 하루 종일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기 어려웠죠. 그렇게 허기진 배를 달래며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거닐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자기 발 앞에 두툼해 보이는 지갑 하나가 떨어져 있는게 아니겠어요?

주위를 잠시 살펴보던 청년은 얼른 그 지갑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어요. 자신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는 걸 알았지만, 너무 배가 고팠던 청년은 그 지갑을 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고민하기 시작했죠.

“지금이라도 이 지갑을 들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할까?
아냐. 이건 누군가 나를 불쌍히 여겨서 준 선물이야.”

청년은 결국 배고픔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근처 마트에 갔어요. 그리고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을, 앞으로 두고두고 먹을 음식을 잔뜩 사서, 지갑에 있던 5만 원권 지폐 2장을 계산대 아저씨에게 드렸어요. 그런데 웬걸??!!

오늘은 운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아저씨가 계산을 잘못 하셔서 거스름돈으로 2만 원이나 더 주신 게 아니겠어요? 청년은 또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걸 말씀 드려야 할까?
아니야… 그냥 가자…”

청년의 두 손에는 며칠 동안 자신의 배를 채워줄 음식들로 가득 찬 봉지가 들려있었어요. 하지만 집으로 오는 내내 청년의 마음은 편치 않았죠.

며칠 동안 청년은 배부르게 먹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에 있던 죄책감도 희미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그의 기억 속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잊혀 갈 때쯤. 청년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어요.

“여보세요. 네? … 어디라고요? … 아… 네…
네…… 알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늦지 않게 가도록 할게요…”

뚜뚜뚜…
청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감이 오시나요?

앞서 한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평소 일어나기 쉬운 일이기도 하죠. 그리고 저런 유횩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내가 누군가의 물건을 가서 훔친 것도 아니고, 내가 돈을 더 받고 싶어서 받은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다른 형사범죄에 비해서 수동적인 형태의 범죄이다 보니, 이게 정말 죄가 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다른 사람이 떨어뜨린 물건을 가지고 가는 것도, 내가 받아야 할 거스럼돈 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도 엄연히 범죄행위랍니다.

“다른 사람이 떨어뜨린 물건을 가지고 가는 것도,

내가 받아야 할 거스럼돈 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도 엄연한 범죄”

전자는 형법 제360조에 의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후자는 형법 제347조에 의한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요. 그럼 후자의 경우에 거스럼돈을 더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집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면 범죄가 아닐까요?

우리 판례는 이 역시 범죄로 보고 있어요. 다만 적용 규정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아니라 형법 제360조의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으면 좋겠죠.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매장물을 횡령한 자도 전항과 같다.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우리 덕구일보 독자님들은 이럴 때 꼭. 꼭. 꼭. 유혹을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시면, 집으로 전화가 올 수도 있답니다.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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