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대하여

오만과 편견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어른들이 아이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고전 혹은 명작 읽기다. 그것은 나 역시 겪어온 일이었는데 다행히도 난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엔 왠지 모르게 고전이나 명작은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읽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해리 포터(Harry Potter)나 트와일라잇(Twilight)과 같이 내 취향에 맞는 종류의 책들을 주로 읽었었다.

그러다 읽게 된 책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이다. 명작임은 분명하지만 고전이라 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책, 읽자마자 나를 사로잡아버린 책, 오만과 편견!

영어공부를 겸해 읽게 되었던 것이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읽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아마도 대여섯 번은 읽은 것 같다. 그 덕분에 고전과 명작의 차이에 대해서도 약간 알 것 같다. 책으로써의 고전과 명작의 차이는 이렇게 알고 있다.

-고전: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책.
-명작: 이름난 훌륭한 책.

이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면 비록 ‘오만과 편견’을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고전은 못 되는 것 같다. 이 또한 편견일 수 있지만 고전과 명작 사이 경계선 정도에 있지 않을까.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아무래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이 예사롭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나, 공자의 ‘논어’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오만과 편견’은 상류층 남자와 평민 여자의 연결이 특이하다면 특이할 뿐 대단한 가치가 담겨 있지는 않다.

‘오만과 편견’은 매사 자신감 넘치고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며, 타인에 대한 평가를 섣불리 내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으로 차 있는 여성과 스스로에게 굉장한 자긍심이 있고, 명문귀족 출신다운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남성의 사랑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다아시가 리지에게 한 첫 번째 청혼 장면이다. 리지의 집안을 무시하며 당연히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와 말투의 청혼은 다아시의 ‘오만함’이고, 그의 청혼을 매몰차게 거절하며 리지가 한 말들은 어느 하나 진실 된 것이 없는 ‘편견’이었다. 책 제목인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표현한 장면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다아시는 리지가 청혼을 거절한 것을 계기로 자신의 오만했던 행동들을 바꾸었고, 리지 역시 다아시의 해명 편지와 그 후의 사건들을 계기로 본인의 편견을 깨게 되었으니 내가 선호하는 좋은 결말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편견에 찬 리지와 오만한 다아시의 관계에만 주목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둘러싼 다른 등장인물들이 더 인상 깊었기에 ‘오만과 편견’을 좋아한다.

도입부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그 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들에 주목하면서 그들을 분석하다 보면 왜 ‘오만과 편견’이 명작이라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다.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명작은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기에 나는 이 책이 고맙다.

그래서 나와 같은 이유로 명작 읽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 있게 ‘오만과 편견’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틀림없이 그런 편견이 깨질 것이다. 그만큼 재미있는 책이 ‘오만과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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