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활동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 박점희

체험활동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3대 비법은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집안에 재력이라도 있어야 제대로 된 사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첫째요, 현실도 모르면서 어려운 말만 늘어놓는 아빠는 차라리 아이의 교육에 무관심한 것이 좋다는 것이 둘째요, 학원, 과외 선생, 스펙관리, 입학사정관제 등 여러 정보를 엄마가 발 빠르게 캐고 다녀야 된다는 것이 셋째 이유다.

씁쓰레한 이 말이 어떤 의미로든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은 이유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잡고 성공한다’는 이상한 명제가 공연히 참인 것처럼 인식되는 현실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까닭일 게다.

나는 ‘좋은 대학 이꼴(equal) 성공’이라는 정형화된 등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설령 그 등식이 성립한다손 치더라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데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세 가지 조건은 변수가 될지는 몰라도 상수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슬하의 세 남매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자기주도형 공부를 시킨 엄마가 있다. 그렇게 해서 큰 아이는 좋은 대학에 수시로 합격하였고, 둘째아이는 과학영재로 뽑혀 과학영재교육을 받았고, 막내는 창의성 영재 사례로 뽑혔던 적이 있다. 그 엄마는 독서와 일기와 여행과 체험을 통하면 평범한 아이도 얼마든지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바로 자유학기제를 대비한 노하우가 담긴 책 ‘체험활동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를 쓴 박점희 선생님이야기다.

저자 소개는 책의 앞장 표지의 안쪽에 상세히 나와 있으므로 참고하면 된다. 내가 책을 소개할 때는 저자의 이름 정도는 거론하지만 가급적 저자에 대한 소개는 간략하게 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내용외의 것들에 현혹되어 망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표한지 몇 년이 지나도록 빛을 못 본 어떤 소설책이 세계적 권위의 무슨 상을 받고서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내가 그 책을 읽어보니 영 아니었다. 그런데도 상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 한동안 스스로의 독서수준을 의심하는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결론은 마이 웨이(My way).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읽어서 좋으면 좋은 책이다.

한때 경영에서 ‘고객만족’이란 슬로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만족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던지 그 슬로건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즉 ‘고객감동’이란 말로 대체되었다. 그런 형태의 바람이 교육계에도 불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실시하여 운영하더니 학기로는 기간이 짧다고 느꼈는지 내년부터는 자유학년제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말 자식 교육시키기 힘든 세상이다. 뭐가 그리도 자주 바뀌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하는데, 이건 뭐 십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같다. 그렇지만 을(乙)이어야 할 교육부가 갑(甲)이고, 갑이어야 할 학부모나 학생은 을인 것이 현실이니 나라에서 까라면 까야한다. 안 까면 좋은 대학도 못가고 손해다.

다행히 박점희 선생님이 전국의 학부모에게 좋은 책을 선물했다. ‘자유학기제 대비 노하우’라는 소제가 붙은 ‘체험활동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정말 좋은 시기에 나왔다. 이 책이 신통한 것은 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내용을 쏙쏙 뽑아서 수록했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인지 자유학년제인지 하여간 그 무슨 기간에, 맹탕 놀아야할지 학원을 가야할지 아님 교육부의 취지대로 체험을 통해 뭔가를 찾아야 할지 가야할 길을 찾는다면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된다.

체험활동이 건강에도 좋고 두뇌발달에도 좋다는 거 인정하고 그쪽으로 노선을 정했다면 책을 구입해서 몇 번이고 찬찬히 살펴보길 권한다. 결코 한 번에 독파할 내용이 아니므로 차분하게 수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체험지가 인문·사회·이공·자연·예술 등 계열별로 분류되어 상세히 수록되어 있으므로 체험활동 계획을 세우기엔 그저 그만이다.

사실 체험활동을 하고싶어도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체험해야 할지 그리고 체험활동을 한 후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해야할지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특히 체험보고서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독서를 한 후 독후감을 남겨야 하듯 체험활동을 했으면 꼭 보고서를 남겨야 한다. 그래야 체험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거다. 마침표를 찍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세 번 강조한다. 중요하다. 중요하다.

창의적 체험보고서를 쓰는 요령 등 체험활동과 관련하여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웬만한 고민들은 이 책속에 들어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반가운 것은 할아버지의 재력이나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엄마의 정보력으로 표현되는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알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들은 놀아도 창의적으로 논다. 자신의 아이가 창의적으로 놀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면 무지 속상하다. 창의적인 애들은 수학문제를 풀어도 창의적으로 푼다. 창의적으로 자란 아이들은 거의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이 말은 믿어도 좋다. 이 말이 거짓이면 나에게 말고 박점희 선생님께 따지면 된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배움에 대한 의지가 약한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예상컨대 무지 재미없고, 어렵고, 극악하리만큼 진도 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문제점은 그저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지 싶다. 건투를 빈다.

한덕구
Copyright 덕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