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같은 바둑소설 승부

바둑소설 승부

조세래의 <승부>는 책 전체가 한자락 바람 같다. 머물면 흩어지고 소멸하는 바람의 본질 그 자체다. 등장인물의 면면은 차치하고라도 비극의 미학을 절묘하게 조율해 내는 그의 언어들은 이 암울한 시대에 한줄기 소망과 슬픔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무리 없이 성공하고 있다. 덧붙여 그의 글쓰기 수법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본격 대중문학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김성동(소설가)

소설 <승부>는 암울한 시대 암울하게 살다 죽은 아버지와 아들이 부자父子 이대二代에 걸쳐 목숨을 걸고 펼쳐 온 승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수많은 승부를 통해 처절하게 부서지거나 처절하게 무너져 가는 승부의 전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 승부사들의 삶을 반추해 작가는 그 시대의 역사공간과 우리 삶의 승부에 대해 심도 있게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읽는 재미를 흠뻑 느끼게 한다. 근래 보기 드물게 교양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읽어서 절대 손해 보지 않을 참으로 좋은 대중소설 한 편이 우리 곁에 나온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꼭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설이다.

-정지영(영화감독)


망설이고 망설이다 서평하나 올린다. 오늘 소개할 책은 조세래 작가의 장편소설 ‘승부’이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2002년 11월 25일 인쇄하고, 12월 5일 발행한 것으로 되어 있는 초판본이다. 아마 1쇄만 발행한 것으로 짐작하는데 그만큼 오래되고 귀한 책이다.

서평쓰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이 책속에 담긴 재미를 글로 담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승부는 재미있고, 또 재미있는 만큼의 사유거리를 던져준다. 기보 하나 없는 바둑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기력이 부쩍 향상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시중에서 이 책을 구하기 쉽지 않겠지만 바둑을 사랑하는 애기가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해서 일독하기를 권한다. 기보를 보며 연구하는 것보다 이 책을 한번 읽는 것이 기력향상에 훨씬 도움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의 생리란 묘하네. 건드리면 강해지네. 마치 해조류에 손이 닿으면 오므라드는 이치와 같은 법이지. 그래서 상대가 어떡하든 건드려 주기만을 학수고대 기다리네. 스스로 보강하면 발이 느릴 뿐 아니라 오히려 약점이 생기기도 하지. 그래서 고수가 될수록 그 주위를 배회하며 쉽게 근접하질 않네. 그러다가 이젠 됐다 싶어 잡으러 가면 때로는 시체가 된 줄 알았던 돌이 벌떡 일어나 맞받아쳐 오네. 돌의 생리는 그만큼 오묘한 것일세.”

바둑돌의 생리를 설명한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승부에는 여러 승부사들이 등장한다. 개파조사격인 여목 대스승을 필두로 그의 제자 설숙과 추평사, 그리고 추평사의 아들이자 설숙의 제자인 추동삼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어 잠시 소개한다.

「여목 대스승은 그 돌에 초연하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그 돌을 거들떠보지 않네. 결국 상대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스스로 자멸해버리고 말지…….

설숙 스승은 멀리서 그 돌의 주위를 배회하네. 그리고 상대가 우왕좌왕 흐트러지면 그때는 오히려 몸을 돌려 유유자적 그곳을 떠나버리지. 상대는 스스로 만든 약점에 의해 무너져 버리네.

추평사 선생은 정확하고 치밀한, 완벽한 수읽기로 단칼에 일도양단해 버리네. 상대는 그 완벽한 수읽기에 전율하다가 허무하게 목이 달아나 버리지…….

동삼이라면 어떻겠나? 동삼도 일단은 그 주위를 서성대지.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는 상대는 날로 허약해지네. 그러다가 숨도 못 쉬는 압박감에 결국 빈사지경에 이르게 되네. 그제사 동삼은 그 시신을 거두러 가네. 동삼이 갈 땐 시체가 다시 일어선다든지 하는 기적은 영원히 없네.」

세 권으로 엮어진 승부를 읽으며 ‘기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천재와 노력가 둘 중 어느쪽이 먼저 만개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인데,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 진다’고 하지만, 이는 노력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비롯된 의문이다.

“같은 조건 아래선 질 좋은 씨앗이 탐스런 열매를 맺는다는 건 불문가지일세. 설사 조금 악조건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면 질 좋은 씨앗이 좋은 토양에서 자란 질 나쁜 씨앗보다 훨씬 나은 열매를 맺을 수 있네.”

승부에는 추평사·추동삼 부자(父子) 이야기와 함께 제법 많은 바둑관련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있다. 그 하나하나가 승부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재미거리를 제공한다. 바둑을 몰라도 읽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바둑을 안다면 기력향상에 도움이 될 이 책이 다시 재출간 된다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싶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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