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소설, 더글라스 케네디-빅 픽처 (Douglas Kennedy – Big picture)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 ‘빅 픽처’의 책표지.

책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적당하게 읽기 편한 책-예를 들어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소설- 서너 권이면 가을을 보내기에 딱 좋다. 워낙 인기 있는 작가라 그의 웬만한 작품들은 모두 읽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혹여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의 대표작 빅 픽처(big picture)는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영어로 ‘big picture’ 라고 쓰고, ‘빅 픽처’라고 발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 그런데 왜 제목이 빅픽처일까? 나는 책을 읽을 때면 제목을 생각해보는 습관이 있는데 빅픽처의 경우에도 어김없이 그 생각을 했다. 처음엔 주인공이 사진가라서 ‘유명한 사진’이라는 뜻으로 ‘빅픽처’라고 한 건가 생각해봤지만 뭔가 미진하다.

정가에선 정치인들이 무리를 지을 때 빅 텐트를 친다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소규모로 모일 때가 아닌, 그러니까 같은 성향이 아니더라도 반대 성향만 아니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진영을 넓게 짤 때 사용하는 말인데, ‘크다’라는 의미에선 빅픽처도 같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작은 그림이나 사진은 전체적인 윤곽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아주 큰 그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체적인 윤곽을 알아보려면 아주 멀리서 봐야 한다. ‘미스테리 서클’이라고도 하는 ‘크롭 서클’이 좋은 예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 픽처’라는 말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상하고 행동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한 눈에 보기 어려운 큰 그림을 그린다고 비유할 때 사용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가 그러 하다.

일단 간단 스토리. 골 아프게 머리를 쥐어짤 거 없이 그쪽(출판사and서점)에서 문맥에 맞게 소개한 내용을 다시 소개한다. 나는 서평을 적을 때 줄거리 적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아니고 읽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도입부 정도라면 괜찮지 싶다.

미국 뉴욕 주 월가의 변호사 ‘벤’은 아름다운 아내 ‘베스’와 함께 ‘애덤’과 ‘조시’라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벤은 어린 시절부터 사진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아울러 베스는 벤을 마치 벌레라도 본 듯 피해 다니기 바빠 벤의 일상은 지쳐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베스가 이웃집에 사는 사진가 게리와 불륜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벤은 게리네 집에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던 중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했다. 벤은 요트사고로 위장하여 게리의 시신을 불태운 다음, 몬태나 주 마운틴폴스로 도망친다.

남은 생애를 게리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는 젊은 시절에 접어버린 사진가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벤이 찍은 인물 사진이 지역 신문에 실리면서 비밀이 드러날 위험에 처하는데…

요약은 여기까지. 사진가 게리로 살아가게 될 벤의 삶을 무척 궁금하게 하는 흡인력이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성공을 거둔 이유이다. 사람들이 어떤 내용의 책을 좋아하는지 아는 작가라고 할까.

직업을 결정할 때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하고, 잘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라’는 말을 한다. 현실과 적절하게 타협한 실용적인 말이다. 좋아하는 일은 즐겨야하니 취미로 남겨두고, 잘하는 일을 해야 성공확률이 높으니 직업으로 삼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본의 아니게 변호사에서 사진가로 인생의 이막을 펼친 벤의 인생이 그다지 기구해보이지 않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 돈 써가면서 하는 것이 취미활동인데 비록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벤은 잡(job)을 잘 잡았다.

빅 픽처에서 이렇게 전개되는 것에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벤이 비록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악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이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그렇게 만들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글의 전개도 나무랄 때 없고 적당히 빠른 속도감은 글 읽는 즐거움을 준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마음으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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