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다시 만난 존 그리샴 법정소설 레인메이커, 엄지척~!

레인메이커
존 그리샴 법정소설 레인메이커(좌)와 영화 포스터(우)

의사이자 소설가로서 의학소설의 새장을 열었던 로빈 쿡(Robin Cook)처럼 변호사 출신 작가로 법정소설 한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힌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John Grisham). 그의 소설 레인메이커(Rainmaker)를 영화로 다시 만났다.

지난 3월 23일 새벽 국회방송에서 명작영화 시간에 존 그리샴 원작 영화 레인메이커를 방영했다. 그래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잠은 설쳤지만 괜찮은 영화를 봤으니 나쁘진 않았다. 좋은 영화만 방영한다면 일주일에 한번쯤은 잠을 못자더라도 괜찮지 싶다.

레인메이커는 존 그리샴이 1976년 발표한 법정스릴러로 국내에는 2004년 시공사에서 2권짜리로 출판하여 크게 히트한 작품이다. 시공사는 그동안 출판했던 존 그리샴의 작품들을 베스트컬렉션이란 이름으로 계속 출간하면서 레인메이커를 한권짜리로 만들었다.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터라 잊고 있었는데 영화로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대체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은 원작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레인메이커는 그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다. 밑에서 한번쯤 거론하겠지만 아마도 출연한 배우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존 그리샴의 작품들은 거의가 거대조직에 대항하는 힘없는 변호사의 법정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레인메이커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의 거대조직은 악덕 보험사이고 그에 맞서는 힘없는 변호사는 소송 경험이 전무한 이제 갓 법대를 졸업한 신출내기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레인메이커는 원래 ‘가뭄 때 비를 오게 하는 인디언 주술사’라는 뜻이라고 한다. 보통은 새로운 사업에서 대박을 터트리는 행운의 사나이를 지칭한다는데 레인메이커를 읽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역시 독서는 위대하다.

그레잇 베니핏은 엄청난 파워를 가진 보험회사다.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일단 거절부터 하는 악덕기업이기도 하다. 극중에서도 나오지만 일단 거절부터 하는 이유는 그러는 편이 확률적으로 회사에 이익이기 때문이다. 담당부서를 몇 번이고 바꿔가며 계속 거절하다보면 지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보험가입자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점을 노리는 거다. 그러다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권리행사를 하려는 가입자에게는 보험금이랍시고 몇 푼 집어주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왔다.

그레잇 베니핏은 늘 해오던 대로 백혈병 환자 도니 가족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고, 수술만 하면 살 수 있었던 도니는 치료비가 없어 사망하게 된다. 그러자 도니의 어머니는 신출내기 변호사인 루디 베일러(Rudy Baylor)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영화 레인메이커
레인메이커에서 열연 중인 맷 데이먼(좌)과 대니 드비토(우)

‘굿 윌 헌팅’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영화에 많이 출연해서 친숙한 배우 맷 데이먼(Matt Damon)이 열연했던 루디 베일러는 멤피스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있는 예비 변호사로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없어지면서 마음고생 몸 고생 온갖 개고생을 다한다. 그러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정식 변호사가 되고 도니의 어머니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첫 사건부터 거대한 보험사와 법정다툼을 벌인다.

작은 키에 똥실똥실한 재미있는 외모를 가진 배우 대니 드비토(Danny DeVito)는 영화에서 덱 시플러(Deck Shiffler)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저 위에 배우들의 열연 운운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맷 데이먼이나 대니 드비토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루디가 진지함과 감동을 담당했다면 덱은 재미를 담당했다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캐릭터다.

덱은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변호사다. 그러니까 변호사 아닌 변호사인데 그래서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루디와 파트너가 되어 로펌을 운영한다. 일종의 사무장병원? 아니 사무장 로펌이랄까? 덱은 루디를 도와 거대한 보험사를 상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법정싸움을 벌이는데…

덱은 이를테면 민법이나 형법보다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에 능한 스타일이다. 그러니까 쟁점파악이나 쟁점에 따른 법적용보다는 소송절차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재판도중 원고와 피고 양쪽 변호사도 모르고 판사도 잘 모르는 법조문을 들이대며 증인채택을 관철시키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때 덱이 노회한 피고인 보험사측 변호사에게 “공부 좀 하쇼”하는 대사는 자칫 딱딱하고 지루해지기 쉬운 법정영화에 박혀있는 깨알 같은 재미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책이나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해서 생략하겠지만 흥부만 기가 막힌 것이 아니라 레인메이커를 감상한 사람은 반전에 기가 막히지 싶다. 아직 책이나 영화로 안 봤다면 접해보라고 추천한다. 나쁘지 않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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