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 인생에서 한번은 읽어야 할 책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 수필집 월든

무척이나 읽기 힘들었던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다시 읽었다. 서평코너에 ‘월든’을 꼭 집어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대표 수필집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

‘월든’은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데이빗 소로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 오두막집에서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약 2년 2개월간 혼자 지낸 것을 기록한 것으로, 1846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1854년 책으로 완성하기까지 8년 동안 7번이나 개작하며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자연주의 수필집의 걸작… 이라고 한다(내가 확인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월든은 미국의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교양 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하고, 1999년 한국에 소개된 이후 아직도 서점의 한쪽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면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이건 확인했다).

그러나 내가 월든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은 그다지 좋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읽기는 읽었는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영 별로였다.

이 같은 느낌은 후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나 법정의 ‘무소유’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무래도 내게 문제가 있나 보다.

‘채식주의자’야 내 스타일이 아니니 그렇다 쳐도 ‘무소유’는 이름난 작가들의 수필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음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그런 내가 ‘월든’이라고 해서 특별나게 생각할 리 만무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1854년 발행된 월든의 원본 커버. 오두막집 그림은 데이비드 소로의 여동생 소피아(Sophia)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월든은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처음 읽었을 때의 지루함과 두 번째 읽었을 때의 감동은 사라지고 문장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결국 인간사회의 조직이나 권위나 재물 따위는 내적인 삶의 적이라는 것이 소로가 하는 이야기 핵심인 것 같다. 인생 말년에서야 깨달을 수 있는 인생의 비밀을 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깨친듯하다.

하지만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소를 키울 사람이 없어서이다. 젊었을 때 부지런히 소를 키워 노년에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

젊은이는 젊은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어린아이가 어른 흉내 내는 것도 예뻐 보이지 않거니와 어른이 젊은 애들처럼 행동하는 것도 눈꼴사납다.

서양에 ‘젊어서 진보, 나이 들어서 보수’라는 말이 있다. 원래의 표현은 ‘젊어서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늙어서 진보를 하면 뇌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인데, 젊은 친구가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못 봐줄 일이고 나이 들어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진보를 외치는 것 역시 꼴불견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이 월든에 감명 받은 나머지 한참 일해야 할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소로처럼 자연인이 될까 염려스럽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다시 소로의 ‘월든’으로 돌아가서, 월든 호숫가에서의 2년 2개월간 데이비드 소로의 삶이란 통나무집을 거점으로 해서 수영하고, 산책하고, 놀러오는 친구와 어울리고, 책 읽고, 사유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 집을 지어야 했다. 호두, 감자, 옥수수, 완두콩 등도 직접 경작해야 했고, 돈이 필요하면 막노동도 했다. 중요한 것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1년에 6주면 가능하다는 점이다.

1년이면 52주, 그중 6주만 투자하면 남는 시간은 오롯이 책 읽고 공부하는데 쓸 수 있다니 솔깃한 계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난 세기인 1845년에 출간된 수필집으로 시간의 흐름을 현대와 동일시 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면 내가 먼저 팔봉산으로 들어갔겠지.

월든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나 인도의 지도자 간디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명이 고도화 된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도 그 느낌 그대로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한 소를 키우는 문제가 참 크다. 에잇~ 소!

그래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나는 결코 누구도 내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는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분명한 것은 인생시계가 오후 3~4시를 넘어가는 지점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거다. 그저 나이가 들면 자연이 최고다.

그리고 한창 일해야 할 젊은이라도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월든을 읽어서 나쁠 것이 없을 것 같다. 특히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꼭 번역본이 아닌 원서로 읽어보길 권한다.

월든의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문장들이 영어공부에 딱 좋다. 월든을 괜히 수필문학의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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