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저, 어메이징 그래비티

어메이징 그래비티
어메이징 그래비티 표지와 저자 조진호

몰랐다. 이런 책이 있었는지. 조진호 글·그림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말하는 거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는 딸의 책꽂이에 오래도록 꽂혀있던 만화책이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은 모두 정리했는데 웬 만화를 여태 책꽂이에 꽂아두었을까. 그러고 보면 간간히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본 듯도 하다.

딸이 어릴 때 그의 책꽂이에서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와 같은 만화를 훔쳐보곤 했으므로 이번에도 딱 그 정도의 기대감만 있었다. 그저 그래비티(gravity 중력)라는 단어에서 “이 놈이 그래도 이런 책도 읽는군” 하는 위안과 함께.

그런데 이 책이 딸의 책꽂이에서 왜 그렇게 오래도록 장수했는지 프롤로그를 읽다보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코페르니쿠스 시대에 머물러 있었음을.

“중력의 효과… 떨어지는 것으로 시각화되고, 무게로 그 존재를 알리며, 가끔씩 허리가 아픈 것도 이것 때문이다. (낭떠러지에서) 이것 때문에 떨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으로부터 항상 조심해야한다. 컵처럼 위가 뚫린 물체들도 중력덕분에 가능한 디자인이며, 언어 안에도 ‘위, 아래, 떨어진다, 올라간다’를 상징하는 단어가 수두룩하고 사용빈도 또한 매우 높다. 이것뿐이겠는가? 열거하자면 수천만 가지일 것이고, 그만큼 중력이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렇다. 중력도 하나의 환경이다. 그런데 다른 환경과 구별되는 묘한 특징이 있다. 물, 공기, 소리, 빛 등과 다르게 (우산 등으로) 막을 방법도 없고, (처마 밑으로) 피할 장소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너무나 묵묵하게 한결같다. 변덕스러운 다른 환경 -예를 들어 “오늘은 어제보다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지고, 무게가 더 나갑니다”와 같은 기상청 예보- 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모래 한 알부터 태산에 이르기까지 중력은 더 혹독하지도, 더 아량을 베풀지도 않는, 지나치리만큼 공평한 환경이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는 중력에 대한 현상을 설명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그 이후를 차례로 소개하면, 1. 적응기(중력! 극복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2. 떨어질 곳을 잃어버리다(우주가 굉장히 크다)/ 3. 자기 위치로 떨어진다(질서 정연한 우주)/ 4. 그것이 아니요(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반박)/ 5. 떨어진다는 것은 끌어당긴다는 것(지상의 언어로 낙하를 설명하다)/ 6. 끌어당긴다는 어떤 추측도 할 수 없다(천상의 언어로 낙하를 분석하다)/ 7. 맞다, 끌어당긴다(뉴턴이 끝내다)/ 8. 승리 뒤의 씁쓸함(말은 되는데 이해가 안 된다)/ 9. 전부 다 착각!(오히려 밀어낸다는 게 맞다/ 에필로그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쓰고 그린 조진호 선생(저자는 민사고 생물교사를 하면서 이 책을 출판했다.)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IT사업을 몇 년 하다가 동대학원 과학교육과에서 석사 공부를 했다. 생물을 전공한 사람이 과학책을 펴내다니 우선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어메이징 그래비티
많은 전문가들이 극찬한 서평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청소년부문 최우수도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 저술상 수상작 △아태이론물리센터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책/따/세 공식 추천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전라북도 교육청 선정 고등학교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 선정 과학부문 추천도서

아무리 책의 홍보를 위한 이력들이라도 이정도면 내용에 대해서는 걱정을 접어둬도 괜찮을 듯하다. 아무리 좋은 책도 재미가 없으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힘들다. 하물며 과학책 같이 청소년들에게 많이 읽혀져야 하는 책은 더욱 재미있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어메이징 그래비티」는 참 잘나온 책이다. 과학책이 재미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형용사와 부사가 극도로 절제된 과학책과 만화로 그려지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씌워진 과학책이 있다. 전자는 어렵지만 설명이 잘 되어있어 좋고, 후자는 깊이 있는 설명은 없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좋다. 두 권의 책 중 한 권을 골라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겐 오컴의 면도날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인데 결국 재미쪽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세상은 언어가 아니라 수(數)로 이루어져 있음을. 혹시 아는가… 이 책을 읽은 당신의 자녀가 그렇게도 수학을 싫어하더니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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