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온 아메리카(Essay on America) – 이윤기

이윤기, 에세이 온 아메리카

미스터 리, 북아메리카, 살기에 어때요?
좋네요, 터너 씨. 낚시터에 모기만 없으면요.
에이, 그렇다면 모기에게도 살기 좋은 땅이겠네요.

아끼는 책 가운데 이윤기 선생의 ‘에세이 온 아메리카’가 있다. 이 책은 이윤기 선생이 1997년 ‘월간에세이’를 통해 펴낸 37개의 수필로 구성된 길고 짧은 글모음이다.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것은 아니고 선생이 그동안 여러 매체의 부탁을 받고 썼던 글들을 새롭게 엮은 것인데 글들을 총4부로 나누어 한권으로 엮은 것이다.

1부 •이윤기가 건너는 강-월간지 ‘에세이’에 연작했던 16개의 짧은 글 / 2부 •東(동)과 西(서)의 만남-1992년 주1회 ‘조선일보’에 썼던 14개의 글 / 3부 •에세이 온 아메리카-1994~5년 월간지 ‘신동아’에 썼던 3개의 긴 글 / 4부 •다시 서울에서(1996년 ‘한겨레신문’에 썼던 4개의 시평(時評)

‘에세이 온 아메리카’가 아끼는 책 목록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책속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선생의 담담한 필치(筆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표현에 조금의 과장도 없이 경어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는 흡사 할아버지나 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함을 준다.

갈라진 벽 틈에서 풀꽃을 뿌리째 뽑아들고 가만히 바라본다
꽃이여, 내가 뿌리를 비롯, 그대의 전모를 알 수 있다면 신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그것도 알 수 있을 것을…
-테니슨

가만히 보니
꽃을 피운 냉이
울타리 곁에 …
-바쇼

‘에세이 온 아메리카’의 ‘테니슨과 바쇼’라는 제목의 글에 들어 있는 시구(詩句)이다. 프롬이 ‘소유냐 삶이냐’에서 서양인과 동양인이 지니는, 그러니까 보편적인 것으로 믿어지는 삶의 태도를 영국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Alfred Tennyson)과 일본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시로써 견주었던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서양인의 ‘뿌리째 뽑아드는’ 분석적인 태도와 동양인의 ‘가만히 보는’ 관조 내지 관망하는 태도를 대비시킨 것인데, 선생은 ‘테니슨과 바쇼’에 “많은 서양학자들은 우리 한국인들이 알기는 아는데 ‘설명’하는 데는 취약한 면을 보인다고 지적하곤 합니다.”라는 마무리 글을 첨가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쓰기에서 막힘이 있을 때면 으레 찾게 되는 책. 20여 년간 친구처럼 묵묵히 나의 곁을 지켜준 ‘에세이 온 아메리카’에서 나는 진한 우정(友情)마저 느낀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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