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 무협소설 추혈객(追血客)

설봉 추혈객

지난 7월 2일 ‘퓨처 워커’를 소개하며 나는 선언했었다. “고만고만한 수준의 장르문학 작품 중에서 심각하다고 빼고, 심오하다고 빼고, 어렵다고 빼고, 재미없다고 빼면 서평 할 작품이 얼마 없으니,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소개를 하고 판단은 읽는 사람들 몫으로 남겨두겠다”라고.

그래서 7·2선언의 취지에 알맞는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 시공사에서 출판한 설봉작가의 추혈객(追血客)이다. 제목만으로도 무협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정통 무협소설이다. 그런데 글의 형식은 정통 무협소설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로 보면 정통이란 말을 붙이기엔 미흡하고 앞에 범(汎)이란 말을 붙여야 할 것 같다. 하여간 추혈객은 무협소설, 즉 무협지이다.

정통 무협지라면 무림의 ‘9파1방’이나 ‘5대 세가’ 중 일부라도 나와서 중요한 역할이든 병풍 역할이든 하는 법인데 추혈객에는 나오지 않는다. 무협하면 무림이고 무림하면 ‘9파1방’에 ‘5대 세가’ 아닌가 말이다. 하다못해 개방의 거지라도 몇 명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작가의 재량이니 태클 걸 일은 아니다.

솔직히 추혈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완성도를 논할 작품은 아니다. 이는 그동안 덕구일보에서 수준 높은 작품들만 소개한 탓이다. 하지만 추혈객은 무협지 본연의 특성-술술 잘 읽힌다든지, 다 읽고 나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든지 하는 것들-이 살아있는 훌륭한 무협소설인 것은 확실하다.

아마 무협소설을 갓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추혈객 정도의 수준이면 그럭저럭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설봉의 추혈객은 사로증(오늘날의 ‘조로증’)에 걸린 아내 은예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사령운의 이야기인데, 그 사랑이 어찌나 애잔한지 난 한동안 ‘추혈객’을 애정소설로 분류할까 고민도 했었다. ㅋ

사령운이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몸으로 어떤 기연도 없이 짧은 기간에 초절정의 고수가 된다는 설정은 아무리 무협지이지만 억지스럽다. 물론 힐굴족 출신이라는 장치를 했으나 무공이 품세만 익히면 급수가 올라가는 태권도가 아닌 다음에야 내공이 깊은 독자의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은예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검문이라는 문파의 도움을 받는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가는 검문이 무척 대단한 문파인 것처럼 설정을 해놓고는 묘사하면서 깜빡했는지 별 볼일 없는 세력의 공격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설정과 묘사에서 차이가 있으면 읽는 사람이 헷갈리는 법이다.

또 검문의 문주가 여자라는 점은 상관없으나 무공이나 지략이 휘하 문도를 휘어잡을 만큼 뛰어나지 못한 점도 공감을 얻기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엄청난 미모도 아니고.

그 외에도 아쉬운 결말이라든지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요즘은 힘든 밤이 계속되고 있다. 버티자, 그래봤자 열대야. 다들 힘들어 하는 밤에 술술 넘기기에는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어 소개한다. 주변에 있으면 읽고, 없음 말면 된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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