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물 빠짐이 심할 때 이렇게 하면 된다

검은 내복
COVID-19 때문에 이상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물 빠짐이 심했던 검은 내복과 함께.

그저 빨래란 검은 것은 검게 빨고 흰 것은 희게 빨아야 기분이가 좋은데 간혹 물 빠짐이 심한 빨랫감이 섞여 멀쩡한 옷을 버려놓으면 기분이는 엉망이 된다.

지난 2019-2020 겨울 시즌. 극악하리만큼 물 빠짐이 심한 검은색 내복으로 인해 나는 고뇌에 찬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겨울을 고스란히 보내고 봄이 되어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 방법이 너무 간단한지라 허탈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겨울이면 나는 내복도 아니고 안 내복도 아닌 얇은 속옷들을 많이 껴입는 것으로 내복을 대신했었다. 그러다 지난겨울 난생처음으로 검은색 내복을 입게 되었다. 이 내복은 옷감이 쫀득쫀득하여 몸에 착 감기는 것이 느낌이 참 좋았다.

하루는 저녁에 샤워하는데 몸에서 먹물이 흘러내리듯이 시커먼 물이 씻겨 나왔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가 의아했으나 이내 몸속의 불순물이 피부를 통해 빠져나오는 것이려니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 일은 기연을 얻어 만고의 영약을 복용하거나 내력 증진에 좋은 토납법(吐納法)을 행해야 가능하다던데 참 별일도 다 있다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몸에서 나온 시커먼 물의 정체가 몸에서 빠져나온 불순물이 아니란 것을 빨래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검은 내복의 물 빠짐으로 인한 구정물이었다. 세상에나 구정물인 줄도 모르고 몸속의 불순물이 배출되는 것이라 여기다니.

검은 내복은 피부뿐만 아니라 접촉하는 모든 것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빨래할 때만 발생하는 일이라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겠으나 마른 상태에서도 물들임 현상이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몇 번 빨다 보면 좋아지려니 생각하고 가급적 자주 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번 입고 빨고, 잠시 입고 빨고, 어떤 때는 한 번도 안 입고 빨고, 주구장창 빨아댔다.

그러나 검은 내복은 숯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물 빠짐 현상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고뇌는 시작되었다.

고뇌의 결과 △섬유고착제를 물과 1:40 비율로 섞은 혼합물에 담그는 방법과 △맥주와 물을 1:2 비율로 섞은 혼합물에 담그는 방법과 △물에 소금을 몇 숟갈 넣어 만든 소금물 등에 옷을 담가놓는 방법 등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 섬유고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들을 실천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실패했다. 참고로 내가 섬유고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시행하지 않았던 이유는 첫째 소액이나마 비용이 발생하고, 둘째 사용자 후기에서 ‘별로 효과가 없었다’라는 반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섬유고착제를 이용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용방법을 알려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①인터넷에서 3,000~4,000원에 판매하는 섬유고착제를 구입한다. ②섬유고착제와 물을 1:40 비율로 혼합한다. ③혼합물에 문제의 빨랫감을 10분간 담근다. ④맑은 물로 헹궈 말린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맥주를 섞은 물에 담그는 방법은 한 번 해봤는데 헹굼 과정에서 바로 실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금물에 담그는 방법을 시도했는데··· 이것이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좀 아리송한 결과를 보였다.

소금이 아깝기는 하지만 구정물을 묻히고 다닐 수는 없으므로 소금물을 조제하여 검은 내복을 30분간 담갔다가 꺼내 말려 입었다. 소금물을 제조할 때 주의할 점은 굵은소금이나 구운 소금은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는 소금이나 꽃소금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소금물에서 건져낸 검은 내복을 뽀송뽀송 말린 후 테스트했다. 속에 난닝구라고 부르는 러닝셔츠를 입고 그 위에 내복을 입었다. 효과가 있으면 난닝구가 말짱할 것이고 효과가 없다면 검은색으로 물들 것이다.

그런데 사람 헷갈리게 미약할 정도로만 물들여 놓았다. 마른 옷임을 감안하면 이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고뇌.

분명 키는 소금에 있는 듯했다. 섬유고착제를 이용하는 방법에서도 소금물에 담갔다가 헹구면 염색이 고착된다는 구절이 있었다. 아무래도 농도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바닷물이었다. 바닷물도 소금물이 아닌가!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옷자락물결 속에서도
가슴속깊이 돌돌 샘물이 흘러
이밤을 더부러 말할이 없도다。
거리의 소음과 노래 부를수없도다。
그신듯이 냇가에 앉어스니
사랑과 일을 거리에 맥기고
가마니 가마니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1939. 윤동주 <산골물>

작은 물통을 챙겨 바다로 갔다. 보고 싶은 바다도 보고 내복 문제도 해결하고, 이런 것이 바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이려니. 삼조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허벗다~”
그렇게 부푼 가슴을 안고 도착한 바다에서 나는 절망했다.

바다는 단단히 심술이 나 있었다. 나에게 한 방울의 바닷물도 줄 수 없다는 듯 무지무지 큰 파도가 무지막지하게 들이치는데 정말 난감했다. 옷 버리지 않고 바닷물을 얻어 갈 수 있을까. 검은 내복 한번 입기가 이토록 힘들단 말인가.

신발과 옷을 보호하기 위해 바위들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여 파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아무래도 말짱한 상태로는 힘들지 싶었다. 그날 신발과 바지의 절반을 파도에 적시고야 바닷물을 떠올 수 있었다.

소금물
염화나트륨(소금)의 농도가 유난히 짙었던 바닷물에 담겨 있는 검은 내복.

어렵사리 바닷물을 구해왔으니 이제 검은 내복을 잘 담그는 일만 남았다. 보통 30분 정도만 담그면 되지만 힘들게 구해온 귀한 바닷물이기에 밤새도록 담가놓았다.

다음날, 떨리는 마음으로 내복을 건져내어 중성세제로 빨았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말렸다. 반나절 동안 말린 내복을 전과 마찬가지로 속에 흰 난닝구를 입고 그 위에 입었다. 물들지 마라, 물들지 마라···.

하루를 그 상태로 보내고 드디어 결과를 확인하는 시간. 괜찮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만한 일로 울 수는 없고 좀 신중하게 효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 더 입었다. 그리고 결론은 ‘괜찮다’이다.

속옷이나 청바지 등 물 빠짐이 심한 옷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신 분에게 이 방법을 권한다.

사실 바닷물이 아니어도 무방하다. 다만 소금물을 제조할 때 짠내가 느껴질 정도의 농도라면 효과가 있는데 마침 바닷물이 안성맞춤이라 권했다.

이렇게 물 빠짐이 심한 검은색 내복 문제는 해결했으나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미 겨울이 끝났기 때문이다. 봄, 여름에 내복을 입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천상 다음 겨울이 되어야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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