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가본 적이 있는가?

사막

내겐 사막에 대한 세 가지의 경험이 있다. 하나는 승합차를 타고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몽골광야를 지났던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 여행 중에 관광버스를 타고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사막을 지났을 때이다. 사막을 건너긴 했지만 직접 내 발로 건너지 않고 차를 타고 지난 것이라 사막체험이라고 하긴 미진한 경험이다.

마지막은 기도 속에서 체험한 사막이다. 어느 날 기도 속에서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나를 보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가 사막 한 가운데 서 있고, 카메라 앵글이 나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거센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사막 속에 난 하나의 점으로 서있고, 그 사막에 갇혀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홀로 서 있는 그 막막함. 난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 서러웠다. 난 혼자구나! 이렇게 철저히 혼자였구나! 난 그 때 비로소 인생이라는 사막을 홀로 건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선교학 교수님이 백지를 내주며 자신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사람 천명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천명의 기도 후원자가 있어야 앞으로 제대로 목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난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얼마나 못났으면 그렇게 많은 이의 도움을 받아야 목회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난 그 때까지 자신 있었다. 내 스스로의 힘과 신앙의 능력으로 충분히 그 사막을 건널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었다.

하지만 졸업하고 목회 현장에 들어선 지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난 스스로 건널 수 없는 사막 한 가운데 놓여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절망하였다. 그래서 울었다. 답답해서 울었고, 서러워서 울었다. 어떻게 이 사막에 나 홀로 놓여 있단 말인가?

사막에 얽힌 재미있는 심리테스트가 있다. 아프리카 여행 중 한 마을의 족장이 옆 마을에 전해줘야 할 동물들이 있는데 좀 전해달라는 것이다. 그 부탁을 받아들이고 황량한 사막을 건너가는데 너무 힘에 부쳐 그 중 한 마리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만약 한 동물을 버리고 가야 한다면 어느 동물을 가장 먼저 버리겠는가? 그 동물은 ‘사자, 말, 소, 양, 원숭이’ 이다.

난 지체 없이 사자를 택했다. 계속 버려가야 한다면 ‘사자, 원숭이, 소, 말, 양’ 순이었다. 답을 보니 ‘사자는 자존심, 말은 가족, 소는 직업, 양은 사랑, 원숭이는 친구’였다. 내게 꼭 있어야 할 다섯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 난 먼저 나의 자존심을 버렸고, 가족과 사랑을 끝까지 지켰다.

아주 마음에 든다. 자존심을 버렸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고, 가족과 사랑을 끝까지 지킨 것이 마음 뿌듯하다. 무엇보다 가족과 사랑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을 보니, 20년의 목회생활을 하면서, 30대 그 혈기왕성할 때보다 철이 든 건 확실해 보인다.

캐나다의 여행가이자 컨설턴트인 스티브 도나휴가 지은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이란 책이 있다. 그 책 내용 중에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고 충고한다. 차로 사막을 횡단할 때 때때로 차가 모래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 땐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바퀴에 바람을 빼고, 차의 높이를 낮추면 차가 모래 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한다.

사막을 건너는 인생살이 잘 하려면 자아의 바람을 빼야 한다. 자존심을 접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 수 있어야 사막을 건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남에게 내 손을 내밀 뿐만 아니라 남이 내미는 손을 잡을 수 있어야 이 험한 사막을 헤쳐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린 누구나 자기 인생을 산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해 줄 순 없다. 분명 혼자 가야 하는 길이지만 홀로 갈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혼자 헤쳐 나가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어깨가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요즘 어머니와 내 가족들에게 계속해서 이런 요구를 한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날 아는 이들에게도 동일한 요구를 한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요즘 들어 느끼는 건 이 험난한 인생 사막을 건너기 위해 천 명으로 될까 싶기도 하다.

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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