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를 바라지 말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나라의 왕이 좋은 왕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조언에 왕궁 도서관에 들렀다. 그러나 엄청나게 쌓인 책에 위압감을 느낀 나머지 신하들에게 여기 있는 모든 책을 10권으로 정리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그 나라의 석학들이 모여 머리를 짜내고 짜내어 마침내 그것을 10권으로 요약하여 왕에게 바쳤다.

하지만 그 열권도 너무 많다고 느낀 왕은 다시 한권으로 요약하라 하였다. 학자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어 한권으로 그것을 요약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이 한권마저 읽기 싫은 왕은 이를 다시 한 줄로 요약하라 명령하는 것이 아닌가? 왕의 명령에 고민을 거듭하던 학자들은 마침내 왕의 명령대로 한 줄로 요약하였다.

그리고 그 한 줄의 내용을 종이에 적어 봉투에 넣어 왕에게 바쳤다. 무엇이 적혀있을까? 왕도 신하들도 모든 백성들도 너무 궁금하여 왕이 봉투를 열어 그 글을 읽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마침내 왕이 그 글을 읽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마 이 게으른 왕을 빗대어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것은 진리다. 예로부터 공짜 치고 가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가치 있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고, 그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들여서 얻기보다 공짜로 얻는 행운을 희망한다.

이런 공짜심리를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한다. 대표적인 게 1+1 행사, 덤으로 뭔가를 더 끼워주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고는 필요 없는 물건까지 구매하게 한다. 그리고 낱개로 사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 슬며시 과연 저 낱개 가격이 정상일까? 이런 의심이 든다. 자고로 상인이 밑지고 판다는 말만한 거짓말도 없기 때문이다. 슬며시 불신사회가 조장된다.

공짜심리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일할 맛이 나고, 또 뭔가를 투자할 수 있는데, 이를 날로 먹으려들면 의욕이 상실된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경향이 심하다. 경제원리라는 것은 이익의 극대화에 있으니 투자는 적게 하면서 이익은 최고로 내려고 한다.

사실 이건 경제원리가 아니라 도둑심보다. 합법을 가장한 강도짓이다. 경제원리를 적정한 투자에 합당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순환이 되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종교계도 공짜심리에 찌들어 있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도만 열심히 하고, 종교심에 공덕을 들이면 원하는 것이 다 공짜로 굴러들어오게 될 것처럼 설파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야 마치 그것이 신심이 탁월한 결과인 것처럼 생각한다. 신앙과 요행심을 구별하지 못하고, 신앙인이 더 요행에 기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건 ‘도(道)’가 아닌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공짜심리가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어찌해야 이 공짜 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이것도 공짜로 해답을 얻으려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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