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스텝 바이 스텝

광음여류(光陰如流) 광음여전(光陰如箭) 이라 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르고, 빠른 그 세월은 화살과 같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데, 2017년이 벌써 절반이 흘러가 버렸다. 이때쯤이면 항상 매일의 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한 번 훑어본다. 도대체 나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1월을 펼쳤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훨씬 일정이 빼곡하다. 좀 널널하게 인생을 산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부산하게 움직이며 살았는가? 마치 남이 한 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월, 3월, 이렇게 한 달씩 넘겨 가는데, 이 빼곡한 일정은 도무지 줄어들질 않는다.

나름 바쁘게 살았구나. 괜시리 이 ‘바쁜’이라는 말이 위안을 준다. 아마 일정표가 널널했으면 밥값도 하지 못했구나 싶어 자책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바쁘게 살았으니 나에게도 남에게도 하나님에게도 할 말이 있다. “저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다이어리 첫 장에 재밌는 말이 하나 적혀 있다. 대부분 그렇듯이 새해가 되면 뭘 하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새기고, 난 할 수 있다는 응원 말을 덧붙여 둔다. 그런데 올해엔 그 응원 글귀는 없고, 이 말이 적혀있다.

“작심삼일 하기”

기껏 뭘 하겠다고 열심히 적어놓고는 작심삼일하자? 내가 생각해도 왜 그 때 이 말을 적어뒀을까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뭔가 당시 이런 말을 적어야 했던 뭔가가 있을텐데..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짚이는 게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고민 글이 적혀있다. “다시 시험 치려고 휴학했는데, 인강 들으려 하면 어느새 영화보고 있고, 고시반 가서 앉아 있으면 잠들어 있고, 이러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돌아서면 또 딴 짓..하루에 공부를 몇 시간 하는지 제가 생각해도 제가 한심합니다. 저 욕 좀 해주세요!”

그러자 댓글에 온갖 충고가 섞인 욕들이 충만한데, 그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사랑합니다.” 그 밑에 설명이 달려 있다. “젤 심하네요. 댓글 단 사람 경쟁자일 텐데 놀고 공부하지 않는 당신을 사랑한다니…”

솔직히 이 사람이 욕 좀 해달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나도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지가 좀 강했으면 좋겠다. 뭐든 결심했으면 그걸 꼭 이루어야 할 텐데 대부분 시작은 있고 끝이 없다. 연초에도 올해 이루어야 할 목표는 있어도 결과는 항상 흐지부지. 그래서 의지가 강한 사람을 보면 참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신앙의 힘으로 어떻게 좀 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 굳센 의지를 달라고 그리 기도해도 난 달라진 게 없다. 쪼끔 나아졌나? 항상 작심삼일, 어떤 때는 삼일을 못 넘긴 경우도 허다하고, 컨디션이 좋을 땐 뭐 열흘도 한 달도 넘길 때가 있긴 하다마는 정말 간혹 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나 자신을 살펴보니 뭔가 결심을 했을 때 그래도 사흘은 가는 것 같았다. 일 년은 무리라도 사흘쯤은 가능했다. 이 때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바로 사흘마다 다시 결심하자는 것이었다.

이전에 작심삼일이란 말은 나를 참 비천하게 만들었다. 나의 자존감을 곤두박질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작심삼일은 나에게 큰 희망을 주는 말이다. 이건 실패의 자리에서 나를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이다. 그냥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끊임없이 일어서게 하는 하나님의 계시로 다가왔다. 한 번 작심한 것으로 일 년을 버틸 능력은 없지만 사흘마다 다시 결심해서 새로 시작할 순 있다.

이게 올 연초에 나의 계획 아래 ‘작심삼일’을 적어두었던 이유였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적어놓고 잊어버렸다. 의지가 무너진 것보다 더 어려운 기억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뭐 그러면 어떠랴? 다시 작심삼일하면 되는 것이지.

“하나님 좀 도와주십시오. 버티지는 못해도 잊지는 않도록”

박동진

목사.
성경으로 세상을 보며, 세상의 말로 성경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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