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 그 이중성에 대하여

8천만원
8천만 원을 주워 경찰에 신고한 이춘미씨(50). [사진출처] 경기도 광주경찰서.
#1

며칠 전, 경기도 광주에서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오십대 여성 이춘미(50)씨가 8천만 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주워 경찰에 신고를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는 경기도 광주경찰서에서 미담사례로 전한 내용이다.

#2

평소 책을 좋아해서 1주일에 한번 도서관 사서로 봉사를 하고, 봉사하지 않더라도 매일같이 도서관에 들렀던 S씨는 우연히 지갑을 주워 경찰에 갖다 줬는데, 경찰은 “보통 이런 경우 주워온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하면서 S씨를 지갑을 훔친 범인으로 몰았다.

#1과 #2를 비교해보면

8천만 원이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무척 큰돈이다. 그런데 파지를 주워 생활하던 이씨가 “돈을 잃어버린 사람이 얼마나 걱정을 하겠냐, 꼭 주인을 찾아주기 바란다”는 말까지 하며 경찰서에 가져 왔다고 한다. 이씨의 착한 심성은 어떠한 칭찬으로도 부족하다.

그런데 경찰은 ‘이씨가 주워 신고한 돈이 범죄에 연루된 돈이며, 그 돈을 발견하여 신고한 이씨가 범죄에 연루된 사람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2의 S씨의 사례와 같이 경험칙에 의한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함이 마땅한데 이번엔 경험칙에 의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았던지 곧장 훈훈한 미담사례로 언론에 공개하여 자신들이 합리적 의심을 할 때 두 가지 잣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똑같이 습득물을 주워 경찰에 가져다주더라도 한쪽은 범죄자가 되고, 다른 한쪽은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마법 같은 이중잣대.

S씨의 경우는 여권이 든 지갑이고, 이씨의 경우는 8천만 원이 든 돈봉투라 사안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범죄의 향기로만 보면 8천만 원 돈봉투 쪽이 더 짙다.

그런데 경찰은 딸랑 여권하나 들어있던 지갑분실 사건에서는 사람 많은 곳에서 입을 함부러 놀려 무고한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8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워온 사건은 훈훈한 미담사례로 포장하여 봉합하려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아마 필자가 이 땅의 시민으로 살아온 경험칙에 의하면 경찰은 8천만 원의 주인을 찾기 위해서 그다지 열심히 노력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보도된 내용을 보고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지는 않을까?

그렇게 기다렸다가 엮을 자신이 있으면 주인을 범죄자로 몰 것이고, 만만치 않으면 그저 대충대충 서류만 정리하면서 주뎅이 닥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만약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실물법에 의해 세금일체를 제외한 금액을 이씨에게 지급하면서 다시 보도 자료를 돌릴 것이 자명하다. 합리적(?) 경험에 의하면 말이다.

합리적 의심이란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 하여야 하는 것이지, 경험칙과 같은 특정화된 감이나 불특정한 의심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누가 듣고 보더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을 때 사용하는 말이 ‘합리적 의심’이다. 경찰은 “열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사람의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장에 대해서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하는 글로써 필자는 이를 잘 알고 썼다. 일부 경찰의 잘못을 전체 경찰의 잘못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만, ‘일부가 거짓이면 전체가 거짓’이라는 법언도 있거니와 조직 중 일부의 잘못이라도 잘 살펴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성하였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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