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개
개는 도둑을 쫓을 때 짖어야 좋은 개다.

구불이선폐위량(狗不以善吠爲良)이라는 말이 있다. ‘개가 잘 짖는다고 좋은 개라고 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장자의 서무귀(徐無鬼)¹ 편에 실려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하여 우한 폐렴으로도 불리는 코비드-19 때문에 난리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짖어대는 개처럼 분별없는 말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국민을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달 7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말로 사람을 황당하게 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번엔 코로나19의 최대 피해 도시인 대구의 시장을 언급하며 “중앙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코로나19 사태를 의도적으로 막지 않는 것 같은 의심이 든다”라는 기함할 말을 했다. 지난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다.

유시민

한때 “맞는 말도 참 싸가지 없이 한다”라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나쁜 말이라고 할 수도 없던 평을 듣던 사람인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어쩌면 그렇게 그럴듯하게 하는지 보고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코비드-19 방역으로 1분 1초가 아까웠던 대구시장이 “제가 지금 그런 논쟁을 할 시간이 없다”라며 “나쁜 정치 바이러스”라고 일축함으로써 다행히 논쟁으로까지는 번지지는 않았지만 나쁜 정치 바이러스라는 말이 주는 여운은 짙게 남아 있다.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유 이사장이야 사회 각종 이슈에 대해 논평을 해오던 사람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현역 정치인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경우다.

홍 대변인은 지난 25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대구·경북 봉쇄조치’을 언급했다가 식겁하고 다음 날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을 봉쇄하는 국가라니. 봉쇄라는 단어의 뜻이나 그 느낌을 모르고 사용하진 않았을 텐데 국민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으면 그랬을까 싶어 예전에 그가 했던 귀태² 발언을 돌려주고 싶다.

점입가경은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창문 열고 모기 잡는 것 같다”라고 비판하자 “겨울이라 모기 없다”라고 답변해서 사람을 벙찌게 만들었다.

비판의 진의는 누가 들어도 알 정도로 뻔한데 박 장관은 천성인지 해학인지 천연덕스럽게도 받아넘겼다. 천성이라면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모자란 것이고, 해학이라면 초점이 잘못됐다.

가관인 것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그의 말이다. “(우한 코로나를 국내에 확산시킨 사람은)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발언은 가뜩이나 중국에 대한 저자세로 일관하는 정부에 불만이 많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집었다.

‘구불이선폐위량’과 짝을 이루는 말이 ‘인불이선언위현(人不以善言爲賢)’이다. ‘말을 잘한다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아마 이들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이상한 개들이 짖어대는 참 시끄러운 세상이다. 왈왈~~


1. 장자 서무귀: 장자는 여러 사람의 글들을 편집한 도가 계열의 책이다. 33편이 현존하며, 내편(內編), 외편(外編), 잡편(雜編)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편의 이름을 첫 구절에서 따서 지었는데 제25편은 ‘서무귀인여상견위무후(徐無鬼因女商見魏武侯)’로  시작되어 서무귀 편으로 불린다. 서무귀가 했던 이야기들이 13장에 걸쳐 실려있다.

2. 귀태(鬼胎): 귀신과의 관계로 생긴 아기를 가리키는 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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