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앙이라 부르면 고발하겠다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어마무시한 발언을 했다. “대표적인 포털 네이버의 댓글이 인신공격, 비하와 혐오, 욕설로 난장판이 됐다”면서,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네이버는 이런 행위가 범람하고 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묵인과 방조도 공범”이라고 성토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 및 부당한 인신공격 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추적해 단호히 고발조치 하겠다”고 한다. 아~ 무셔~

언젠가부터 새색시처럼 귀 닫고, 눈 감고, 입 다물고 산다. 그저 고개 팍 숙이고 ‘날 잡아 잡수’ 하면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가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가보다 세상사에는 일체의 관심을 끊고 산지가 여러 해 지났다. 아무리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플 뿐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탓이다.

그렇게 귀머거리 벙어리처럼 살았으면 이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길 법도 하건만 입에 자물쇠를 채우려는 시도에는 참아지질 않으니, 아~ 어쩌란 말이냐 이 답답한 가슴을!

세상에는 가을 독사마냥 대가리 빳빳하게 세우고 목에 핏대 올리며 맞서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쉬운 살림에 돈 한 푼 나오지도 않는 짓거리를 할 필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고발 운운하는 추대표의 발언에는 참을 수 없다. 시불(時不 ‘때가 아니다’라는 뜻).

말과 행동이 달라서 그렇지 민주당에서 하는 말들은 설령 메주로 콩을 쑨다고 해도 옳다. 앉으나 서나 국민만 생각하고, 입만 열면 ‘국민’이란 말을 달고 다니면서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는 당인데 그런 당의 대표가 하는 말이니 당연히 옳을 것이 분명하다.

감히 대통령더러 ‘문재앙’이라니 그건 추대표의 말마따나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감히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다니, 그런 인간들은 적폐일 가능성이 농후하니 모조리 잡아들여서 탈탈 털어야 한다. 털다보면 뭔가 나올 것이고 그럼 그걸로 또 주리를 틀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적폐들과 한통속인양 방관하고 방치한 네이버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터링을 하든지 하여간 뭔가를 해야 한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기자회견 자리에서 소위 달빛기사단의 공격이 괴롭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이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 기자들도 그런 부분에 담담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너무 예민할 필요 없다”라는 좋은 말씀을 하셨으니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문재인

추대표는 10일 대통령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라, 예민할 필요 없다”고 했음에도 반박이라도 하듯 일주일만인 17일 국민을 상대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 물 먹이는 수작에 다름 아니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 박근혜 전 대통령를 닭그네라고 부를 수 있었듯이 문재인 대통령도 문재앙이나 쩝쩝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민주주의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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