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된 노래(3) 아름다운 사람 – 서유석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오 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당신은 내가 드린
내 마음을 고운 장난감처럼
조그만 손으로 장난하고
내 마음이 고민에 잠겨있는
돌보지 않는 나의 여인아 나의 사람아
오 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오늘 소개하는 ‘시로 된 노래’는 포크음악을 좋아하거나 통기타 좀 퉁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 노래는 인간관계의 어두운 단면을 아이와 장난감으로 표현한 헤르만 헤세¹의 시 ‘아름다운 여인(Die Schöne)’²에 서유석이 곡(曲)을 붙여 1971년에 발표한 노래로, 곡도 곡이려니와 가사가 무척 의미심장하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싫증을 내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른이 장난감처럼 사람을 가지고 놀다가 상대방이 괴로워하든 말든 나 몰라라 한다는 내용이니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 장난감이 된 쪽은 십중팔구 엄청난 내상을 입기 마련이어서 심하면 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가사는 헤르만 헤세의 시에서 ‘돌보지 않는 나의 여인아, 나의 사람아’라는 문구만 첨가되었을 뿐 그 외는 모두 똑같은데, 누군가로부터 장난감 취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유석의 텁텁한 목소리와 어우러진 노랫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 듯하다.

아름다운 여인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서
기어이 부숴버리고,

다음날엔 벌써 그것을 준 사람조차
잊고 있는 아이와 같이
당신은 내가 드린 내 마음을
고운 장난감 같이 조그만 손으로
장난을 하며,

내 마음이 고뇌(苦惱)에 떠는 것을
돌보지 않습니다.

헤르만 헤세(1877~1962)


1_ 헤르만 헤세: 우리에겐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평생 동안 시를 써온 시인이기도 하다.

2_Die Schöne: 우리에게 ‘아름다운 여인’ 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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