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사랑,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말진 부디 마소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타고 꺼질진대 애제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타고 생낙으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사랑. 가곡 사랑은 나에겐 잊지 못할 노래이다. 어쩌면 나 말고도 여러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뒤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노래를 불러줘라.”

음악선생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선생님의 진지한 모습에 압도되어 이 노래를 진지하게 배웠다. 그때 선생님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슬퍼보였는데 어쩌면 그때 실연을 하셨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모범스럽지 않지만 학창시절엔 겁나게 모범학생이었던 나는 선생님의 그 당부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들어 드리고 싶었다.

“그래 기필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불러줘야지.”

그때부터였지 싶다. 원근에 있는 여학교의 학예회란 학예회는 다 찾아 다닌 것이. 선생님의 부탁(?)을 들어 드리려면 여학생을 만나야 하는데, 여학생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학예회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심히 여학교의 학예회에 찾아다녀도 운명의 여학생을 만날 수 없었다.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 않아서인가… 나중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여학교 학예회에서 한 여학생을 만났다. 남학생들은 시나 그림에는 관심이 1도 없으면서 예쁜 여학생이 있는 곳이면 시화전이든 음악제이든 장르불문하고 찾아 다녔는데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한산한 곳을 발견하고 노니 장독 깬다고 그곳으로 갔다가 인연이 닿았다.

아마 불교 관련 동호회에서 운영하던 공간이었지 싶다. 평범한 외모의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외모가 너무 심하게 평범했던지 남학생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불교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차분한 그 여학생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성분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때부터 3일 정도 학예회가 끝나는 날까지 매일 그곳으로 들러 대화를 나눴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된 우리는 틈틈이 만났다. 만나서 대화를 나눌수록 양파껍질을 까듯 그녀의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었고,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음악선생님의 당부를 들어 드릴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갔어도”로 시작하는 선구자 같은 노래는 쉽게 불러지는데 이놈의 ‘사랑’은 노래가 다른 건지 도대체가 잘 안 불러지는 거다. 그때 알았다. 세상에는 부르기 쉬운 노래가 있고 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있다는 것을.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위에 백합필적에~”라고 부르는 동무생각이 가사도 그렇고 부르기도 쉬운데 그 노래를 부르라고 하지 왜 그 어려운 ‘사랑’을 부르라고 하셨는지 음악선생님이 야속해졌다.

노래연습을 해둘 걸 하고 후회를 했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결국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불러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연락이 끊어졌고, 지금은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가곡 ‘사랑’을 들으면 야속한 음악선생님과 목소리가 차분했던 한 여학생이 떠오른다.

덕구

덕구일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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