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팔자 좋게 유람을 목적으로 길을 나섰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와 경기도에 걸쳐 흐르고 있는 북한강이다.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흐르는 북한강. 나는 소양강과 합류하는 춘천 의암호부터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인 양평군 양수리까지를 둘러볼 계획이다.

초보여행자답게 밤새 뒤척이다 아침에 집을 나섰다. 비가 올 거라 기상청에서 예보를 했고 하늘도 거무튀튀해서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지만 나의 촉은 여행기간 내내 쨍쨍할 거라 알려준다.

과학과 본능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나의 감각을 믿고 과감하게 우산은 두고 가기로 했다. 까짓 비가 오면 맞지 뭐. 약간의 염려를 안고서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 가는 길,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수채화를 담은 한 폭의 도화지 같다. 하얀 구름이 솜사탕처럼 깔려 있고 그 밑으로 황금빛으로 물든 논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비올 기미는 고사하고 조짐도 안 보인다. 역시 나의 감각이 옳았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도착했다. 나에게 춘천은 노랫말이나 소설 속에서만 접했던 환상속의 도시다. 여태 살면서 춘천에 관한 사건사고 기사가 전국뉴스로 나온 것을 본 기억이 없으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늘 궁금했다. 춘천엔 착한 사람들만 사는 것일까?

아담한 규모의 춘천터미널. 도착하자마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보이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잠시 귀를 만지며 점검해보았으나 나의 귀에는 이상이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옆에 있는 마트에 가봤는데 역시 조용하다. 가만히 자신들의 일을 할뿐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나의 뇌리에 춘천엔 조용한 사람들이 산다는 이미지 하나가 그렇게 심어졌다.

북한강에서
숙소에서 바라 본 북한강. 이쪽은 춘천 저쪽 강너머로 보이는 곳은 가평이다.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북한강변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들으며 북한강을 감상했다. 노랫말처럼 강물 속으로 또 다른 강물이 흐르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 보이는 북한강은 그저 제자리에서 고요하기만 하다.

아침에 바라 본 북한강은 소문대로 물안개가 장관이었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다가 사물이 어렴풋이 보일 때 사진 한 장 찍었다.

오늘은 빡빡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북한강은 많은 호수와 댐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 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가능하다.

춘천댐 가는 길
춘천댐 가는 길

의암호부터 시작하려고 했으나 멀지 않은 곳에 춘천댐이 있어 춘천댐을 출발점으로 삼고자 그곳으로 향했다. 쨍한 날씨였으나 바람이 차가운 하루의 시작은 춘천댐이다.

춘천댐부터 차례로 의암댐-청평댐- 소양강댐이 오늘의 코스인데, 중간에 춘천의 공지천에도 잠시 들러 볼 생각이다. 특히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불리게 한 의암호는 빠트릴 수 없는 코스이다.

소양강
소양강은 소양강 처녀가 잘 지키고 있었다.
옛 강촌역
강촌역은 레일바이크 매표소로 변해있었다.
두물머리
소설 장길산을 통해 알았던 양평 두물머리. 이곳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서 한강으로 흐른다.

어느 때인가부터 여행을 하더라도 풍경을 보고 감탄하는 일이 없어졌다. 아무리 멋진 산과 강을 보더라도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이는 정말로 멋졌던 산과 강의 옛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설악산이 그랬고 해운대가 그랬다. 인간의 손길을 많이 탄 자연은 멋을 잃었다.

무엇을 봐야 감탄사가 나올까. 씁쓸한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와 지친 몸에게 휴식을 주며 오늘 본 것들을 복기 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그 강이 그 강 같고, 그 댐이 그 댐같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없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싶지만 핸드폰을 떨어트리는 사고를 치는 바람에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취해야 하는데…

※ 사람의 손길을 탄 풍경을 제외하니 건진 사진이 몇 장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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