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9단 스토킹 가해자 ··· 벌금 5만 원 → 청와대 국민청원 올리니 ‘구속’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괴롭힌 스토커가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조혜연 9단 본인이나 조 9단을 걱정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보면 늦었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늦었으나마>를 굵게 처리한 까닭은 이러하다.

조혜연 9단
스토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온 조혜연 9단.

스토커는 1년 전부터 조혜연 9단을 괴롭혀 왔다. 조 9단이 운영하는 청량리 바둑아카데미(바둑교습소)에 스토커가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해 4월 무렵.

처음에는 “이야기 좀 합시다” 또는 “좋아한다” 정도의 강도로 접근했던 스토커는 조혜연 9단이 상대를 하지 않자 ‘욕설’을 섞어가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결혼한 사이다”라는 말과 함께 교육생들이 있는 곳에서 고성을 지르기에 이르렀다.

바둑아카데미의 교육생들 연령대가 8세부터 시작해서 대부분 초등학생 정도였으니 조혜연 9단은 보통 난감한 것이 아니었다. 난감한 것도 난감한 것이려니와 스토커의 큰 덩치와 올 때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와서는 무작정 부리는 난동에 신변의 위협마저 느껴야 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해봤으나 출동한 경찰이 스토커에게 농락을(?) 당하는 상황이고 보니 경찰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간 8차례 112에 범죄신고를 했는데 스토커가 처벌받은 것은 5만 원짜리 벌금 처분을 1회 받은 것이 전부였다.

경찰이 출동해서 한 일이라고는 조혜연 9단이 스토커로부터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범죄사실이 있어야 처벌을 할 수 있는데 ‘고성’이나 ‘욕설’, ‘낙서’ 정도로는 어떻게 처리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경찰이 출동해서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자 스토커는 경찰이 우습게 여겨졌는지 출동한 경찰에게 “야, 5만 원이면 되냐? 던져주면 돼?” 이렇게 소리를 치기도 했다.

1년여 동안 스토커에게 시달림을 당하면서 경찰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낀 조혜연 9단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 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스토커가 구속되었다. 그 사이에 형법이 개정됐다는 소식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동안 이 스토커를 구속 못 했던 것은 경찰의 ‘의지’이지 법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법은 피해자가 1명이건 100명이건, 힘이 있건 없건 간에 매사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많은 사건이거나 힘 있는 피해자의 사건은 미미한 피해에도 호떡집에 불난 듯이 설쳐대다가 그렇지 않은 사건이다 싶으면 대충 뭉개버리는 식으로 처리하면 곤란하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정부의 경찰이 그러면 쓰겠나.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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