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의 진실, 슈퍼푸드는 신이 내린 기적의 식품인가 놀라운 마케팅의 산물인가?

슈퍼푸드의 진실

언제부터인가 깔라만시, 카카오닙스, 아마씨, 아로니아, 올가니카, 아사이베리, 퀴노아, 고지베리, 치아씨드, 아보카도, 클로렐라, 위트그라스 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식품이 ‘슈퍼푸드(superfood)’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케이블 채널의 건강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몸에 좋다는 이들 식품을 소개한다. 제목을 얼마나 자극적으로 다는지 방송을 보면 꼭 먹어야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과히 건강식품 천국이다. 돈이 없어 병이 들지언정 건강식품 없어 병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 슈퍼푸드, 얼마나 대단하기에 푸드(food) 앞에 슈퍼(super)가 붙었을까?

‘슈퍼푸드’라는 용어의 사용은 건강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반 스트라텐(Michael Van Straten)과 바바라 그릭스(Barbara Griggs)가 펴낸 베스트셀러 〈Superfoods〉의 출간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저자들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웰빙(well being) 식품에 ‘슈퍼푸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1990년대의 일이다.

이후 미국의 영양학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 박사가 세계적 장수 지역인 그리스와 오키나와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먹을거리 14가지를 선정하여 그의 저서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에 실으면서 ‘슈퍼푸드’라는 용어가 또다시 등장하였다.

스티븐 프랫 박사가 ‘슈퍼푸드’라고 하면서 섭취를 권장한 14가지 식품은 콩, 블루베리, 브로콜리, 귀리, 오렌지, 호박, 연어, 간장, 시금치, 녹차, 토마토, 칠면조, 호두, 요구르트인데, 이들 식품은 영양소가 풍부하거나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대부분 저칼로리라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강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슈퍼푸드는 타임지에 소개됨으로써 전 세계에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타임지는 세계10대 건강식품으로 토마토, 블루베리, 브로콜리, 견과류, 귀리, 시금치, 녹차, 적포도주, 마늘, 연어를 꼽으면서 ‘슈퍼푸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마도 그 이후 우리나라에도 슈퍼푸드 열풍이 불지 않았나 싶다. 주로 선물용으로 이들 슈퍼푸드가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서평하나 써주고 ‘카카오닙스’를 선물 받은 적 있고, 지인으로부터 몸에 좋다는 말과 함께 역시 카카오닙스 한통을 얻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평소 먹는 음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별도로 챙겨먹어야 하는 영양제나 건강식품을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슈퍼푸드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방송이란 숨 쉬는 것 빼곤 모두 연출’이라는 나의 편견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영국 영양학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자료를 읽게 되었다. 아쉽게도 소개된 글의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다. 번역된 문서에 의하면 “설문에 응답한 61%의 사람들은 단순히 ‘슈퍼푸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식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를 떠나 그저 ‘슈퍼푸드’라는 타이틀만 보고 상품을 구매했다는 것인데, 마케팅에서 네이밍의 효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안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슈퍼푸드! ‘대단한 식품’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이달 초 KBS에서 모처럼 ‘슈퍼푸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요지의 방송을 했다. 정식명칭은 ‘건강식품의 진실’인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BBC 다큐멘터리 건강한 식생활의 진실(The Truth about Healthy Eating)이라는 프로를 더빙한 것이었다.

주제는 총 6가지로, [①슈퍼푸드vs일반식품 ②가장 좋은 아침식사는? ③종합영양제는 효과가 있는가? ④항산화 쥬스의 효과 ⑤일반식사vs디톡스식사 ⑥수분흡수가 가장 좋은 음료는?]처럼 모두 흥미로운 내용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지식 내지 상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큰 연구실에서 박사급 전문가들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결과를 산출하였으므로 신뢰를 가질 만 했다. 다른 부분의 소개는 뒤에 기회를 갖도록 하고 오늘은 ‘슈퍼푸드vs일반식품’에 관한 부분만 소개한다.

코코넛오일, 퀴노아, 아로니아, 고지베리 등 슈퍼푸드로 알려진 식품의 성분을 연구실에서 분석하여 그에 준하는 일반식품을 찾았다. 코코넛오일→유채유, 퀴노아→보리, 고지베리→딸기, 케일→상추···

이렇게 실험에 사용된 슈퍼푸드의 영양성분을 분석하여 대체가능한 일반식품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영양적으로는 슈퍼푸드와 일반식품이 별반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가격뿐. 식품마다 약간씩 비율은 달랐지만 일반식품이 월등히 싸다. 어떤 경우 가격에서 5~6배 차이가 있음에도 영양성분에서 일반식품보다 못한 슈퍼푸드도 있었다.

결국 앞서 영국영양학협회의 설문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슈퍼푸드’라는 용어는 소비자들에게 최면을 거는 주문일 뿐이었다. 푸드에 슈퍼가 붙어 있다고 해서 특별히 대단한 식품은 아니다. 충분히 주변에서 대체할 수 있는 일반식품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가격마저 싸니 더할 나위 없다.

배고픔이 팔진미이듯 침이 보약이다. 꼭꼭 씹어 먹자. 슈퍼푸드는 없다. 슈퍼맨도 없고.

한덕구
Copyright 덕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