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이별을 위한 준비

눈내리는 거리

그날은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비가 밤사이 눈으로 변한 것은 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변덕이 심해진 탓일 수도 있어요.

갑자기 변해버린 날씨는 그녀가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 원인이 되기에 충분해요. 며칠 동안 그녀와 나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녀의 말투로 보아 이번에는 끝장을 내려고 하는 같았어요. 그녀의 그런 자세는 나를 힘들게 하죠. 어쨌든 나는 썩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며 약속장소인 다이소로 갔어요.

다이소 입구에서 만난 우리는 눈을 대충 털어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물론 무슨 말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인사말은 주고받았어요.

다이소 안을 걸으며 몇 마디 더 주고받았는데 곁눈질로 나를 보는 그녀의 눈길이 낯설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결정의 순간을 생각하는 눈빛이었죠. 냉소적이었던 그녀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날 그녀는 나에게서 무슨 단점을 찾아내겠다는 의무감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때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녀가 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가 우둔한 탓이죠. 그날 나는 눈만큼이나 지쳐있었어요. 더 이상 탈출구가 없는 이 거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죠.

다이소 밖의 거리가 눈으로 덮이는 광경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눈에 ‘포기’란 글이 새겨지는 것을 봤어요. 그날 눈은 그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이어주지 못했어요.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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