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형 살인사건 – 다니엘 콜 ··· 솔직한 후기

범죄소설이라도 좀 덜 잔인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나 애거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같은 작가들이 활약하던 때와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확실히 그들의 작품에 비해 근래로 오면서 범죄소설들의 표현이 잔인한 경향을 띠는 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독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이라는 신예작가가 여섯 명의 각기 다른 사람의 몸을 꿰맨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시작하는 다소 기발한 착상의 범죄 추리소설 봉제인형 살인사건(원제; Rag doll)을 발표하여 대박을 쳤다.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되고, TV판권까지 경쟁이 치열했다고 하니 자극이 꽤나 셌나 보다. 국내에는 북플라자에서 출판했는데 얼마나 팔릴지 궁금하다.

여섯 명의 희생자,
하나로 꿰매진 몸통!

런던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신체의 여섯 부위를 꿰매어 이어 붙인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 각 신체 부위는 서로 다른 사람의 몸에서 가져온 것이므로, 희생자는 총 여섯 명이다. 사람들은 이를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라 부른다. 이하생략 (뒤표지 내용 중)

추리소설은 단숨에 읽어야 전체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일반 문학작품처럼 띄엄띄엄 읽었다간 전후맥락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398쪽짜리,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근 1주일을 투자하여 읽었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을 읽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아마 여러 다른 일들과 비교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 일거다. 만약 엄청 재미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책을 덮고 나니 머릿속에 남는 것은 ‘여섯 명의 희생자들의 신체를 절단하여 하나로 꿰매진 몸통’만 남는다. 그만큼 사건 자체는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특이했고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흥미가 줄어들더니 마무리쯤해서는 건성건성 읽을 정도가 되었다. 실망!

내용 중에 ‘파우스트거래(악마와의 계약)’라는 것이 나오는데 독자에 따라서 괜찮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나는 억지스럽게 느꼈다. 이유 없는 행동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건전개는 독자들의 흥미를 떨어트리는데 봉제인형 살인사건이 그러했다.

재료가 훌륭해도 실력이 떨어진 요리사가 요리하면 맛이 없듯이 아무리 근사한 스토리라도 작가의 역량이 떨어지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고 확신을 준 작품이 ‘봉제인형 살인사건’이었다. 하지만 다니엘 콜의 데뷔작이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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