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에 대한 법률적 해석, 주차된 차량 접촉사고 후 도주했다면 뺑소니가 될까?

교통사고

차를 길에 주차해 놓고 물건을 사러간 사이 어느 여성 운전자가 운전미숙으로 제 차를 추돌하였습니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운전자가 사후처리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화가 나 경찰에 신고해서 그 아주머니 잡았더니 그 아주머니 보험처리해서 보상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사건이 끝나버렸습니다. 경찰관은 주차된 상황에서 접촉한 후 도주한 것은 뺑소니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2013년 여름, 정확히는 7월 9일 지인의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질문이다. 오래된 내용이지만,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답변했었던 내용이 지금 법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여기에 소개한다.

뺑소니에 관한 내용으로, 지인의 지인은 가해 운전자가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별다른 처벌 없이 사건이 무마되자 황당했었던 모양이다.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만 뺑소니라고 하는지 몰라서 생긴 일이다. 법이 참 쉽지 않다.

뺑소니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경우에도 뺑소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는 ‘교통사고 후 미조치’를 이르는 말인데, 이런 경우 처벌은 뺑소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약간의 벌금에 벌점을 부과 받는데 그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뺑소니는 ‘교통사고 후 미조치’와는 달리 그 처벌이 매우 무겁다. 특가법상의 뺑소니란,

①나의 잘못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②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했는데
③그런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 없이
④그냥 가버렸을 경우(도주)

에 성립한다. 위 내용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뺑소니로 처벌하기 힘들다. 더욱이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쳤더라도 실질적으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부상이라면 비록 진단이 있다 하더라도 뺑소니가 아니라는 판결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고를 내고도 몰랐던 것 처럼 내빼는 얌체 운전자가 얄밉지만 잡아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지인의 지인에게 말해주었다. ‘문콕’ 등 추돌을 당하고 가해 차량을 못잡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그렇다고 내가 비지바디¹가 많았으면 하고 바란다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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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지바디(busybody):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대단히 바쁜 사람이란 뜻이다. 주로 집에서 바깥을 망보는 노인들을 이르는 말인데, 이들은 바깥 동정을 살피고 있다가 수상한 사람이 동네를 배회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장면 등이 목격되면 가차없이 경찰에 신고한다. 일반 범죄소설에 비지바디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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