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화장실 변기 막혔을 때 붙이는 벽보에도 품격은 있었다.

화장실벽보
화장실문에 붙어있는 저주의 글. 변비 30년이라는 글이 선명히 보인다.

포항 어디 무슨 건물에는 떡카페 ‘곱디고은’이 있다. ‘곱디고은’의 대표는 페이스북 유저이자 본 ‘덕구일보’의 애독자인 박은영님이다. 요즘은 숨고르기를 하느라 잠잠하지만 대단한 내공을 소유한 파워유저이다.

2017년 3월 17일 오후 3시 4분 경. 박은영님이 “‘곱디고은’이 입주해 있던 건물 화장실에 저주의 내용이 담긴 벽보가 붙어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증거사진과 함께 올렸다.

박은영님에 따르면 공용화장실은 옆매장 언니가 봉사차원에서 청소를 해왔는데 변기가 막히자 화가 난 나머지 범인이 변비에 걸려 30년 동안 고생하라고 벽보를 붙였다고 한다.

본 기자는 이 사건을 접하고 세상에 별의별 사고가 많고 별 해괴한 일이 많다지만, 변기가 막히길 바라는 뜻에서 일부러 굵은 똥을 싸는 사람은 없을 것인데 이것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비 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장장 30년 동안이나 변비에 걸리라니 이건 심한 저주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일한 사례에서 품격있고 교양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를 하였는지 조사를 하였다.

화장실 벽보
[벽보 1] 2008년 경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장실 벽보.
인터넷에서 꽤나 유명했던 화장실 벽보이다. 벽보의 내용이나 필체에서 화장실 관리인의 품격이 느껴진다. 범인의 엉덩이를 걱정하는 마음이나 인격이 올라가기를 바란다는 내용에서 화장실 관리가 아니라 63빌딩을 통째로 관리하라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인격이 느껴진다.

화장실 벽보
[벽보 2]
필력은 위 화장실 관리인보다 떨어져 보이나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가급적 굵은 똥은 누지 말아야겠으나 부득이 누더라도 잘게 부수는 것이 좋겠다.

화장실 벽보
[벽보 3]
지금은 물산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 때 우리나라도 물자가 부족하여 에너지 절약운동을 생활화 한 적이 있었다. 이 벽보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 작성한 글이다. 본 기자는 ‘벽보3’을 보고 불필요한 전등은 꺼두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화장실 벽보
[벽보 4]
‘벽보4’ 는 성급함을 경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기가 막혔을 경우 섣불리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내용으로 보아 화장실 관리인은 아닌 듯 하고 건물에 입주해 있는 PC방 아르바이트 생이 작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런데 본 사건을 취재하는 와중에 [벽보4]는 일반 건물이 아니라 모 지방대학의 학생회가 화장실에 붙인 내용이라는 제보가 있었다.

사회가 팍팍하다고들 한다. 정치, 경제 등 어느 곳 하나 신나는 구석이 없다. 그렇다고 남들을 비방하고 저주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이성을 가진 문화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덕구일보 애독자들 만이라도 항상 좋은 생각과 좋은 말만을 하길 바란다.

※이 글은 이미 예전에 한번 써먹었던 내용이다.

한덕구

덕구일보 편집장.
제가 바담 풍하더라도 바람 풍으로 알아묵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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