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가운데 1명으로 꼽히는 잉글랜드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 그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과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중의 하나이다.

“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나오는 탁월한 결과물에 대해 사람들이 칭찬을 하자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뉴턴의 위대함과 그의 겸손함을 동시에 표현할 때 많이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뉴턴이 맨 처음 한 말이 아닙니다. 당시에 널리 알려져 있던 말을 뉴턴이 가져와서 인용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이요.

그런데도 “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라는 이 명언이 오늘날 뉴턴이 한 말처럼 전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이 명언이 거인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500년 이상 뉴턴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이 명언이 오늘날까지도 뉴턴이 한 말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속초 청간정 아래 바닷가
[사진 1] 속초 청간정 아래 바닷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할아버지 ⓒ정현옥
강원도 바닷가에 물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물이는 늘 바깥세상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많았지요. 그런 물이가 요즘 들어 많이 우울합니다. 친구들은 넓은 세상에 나가 새로운 문명을 보고 듣고 배워서 점점 더 멋있어지는데 자신은 외진 바닷가 해변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초라해져 가는 것 같아서이지요.

어느 날 그런 물이에게 거인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거인 할아버지는 매일 물이가 사는 작은 바닷가 해변에 와서 해수욕을 했어요. 거인 할아버지는 바닷물에 온몸을 담그고 두 눈을 꼭 감고 한참을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고 말이지요.

물이는 오랫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얼음이 되어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물이는 거인 할아버지 곁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습니다. 물이는 거인 할아버지가 무서웠거든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드디어 닷새째 되는 날, 물이는 찰방찰방 조심스럽게 할아버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찰싹찰싹 물속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건드렸습니다.

처음엔 다리를, 그 다음엔 손을 찰싹찰싹 건드렸지요. 그런데 물이가 할아버지에게 찰방찰방 다가가 찰싹찰싹 할아버지를 건드려도 할아버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한참 동안 물속에 앉아만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러더니 거인 할아버지는 양팔을 쭉 펴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대체 뭐 하시는 거지?’ 호기심 대장 물이는 할아버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물이가 좀 더 가까이 할아버지 곁에 다가가 보니 할아버지는 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공기 피아노 말입니다.

거인 할아버지가 어떤 날은 음악회에서 멋지게 지휘를 하는 지휘자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공기 사진기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열정적인 사진작가 같기도 했습니다.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거인 할아버지와 물이는 이제 아주 다정한 친구사이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서프보드 본 적 있어요?”
“서프보드? 그럼 봤지. 난 젊었을 때 유명한 서퍼였단다.”
“와, 정말이에요? 할아버지?”
“그럼, 정말이고말고.”
“할아버지, 형형색색 서프보드가 그렇게 멋지다면서요?”
“그렇지,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형형색색의 서프보드가 어우러지면 한 폭의 아주 멋진 그림이 되지.”

“할아버지, 그럼 드론도 봤어요?”
“그럼, 봤기만 해? 내가 만든 드론도 있는걸.”
“드론은 저 하늘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서요?”
“그렇지. 드론은 하늘 가까이에서 온 세상을 한 눈에 내려다보지.”
“와~ 할아버지 드론은 좋겠어요. 나도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고 싶어요. 하늘 가까이에 가보고 싶어요. 저 폭신폭신한 구름도 만져보고 싶어요. 할아버지.”

“그러냐?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단다.”
“정말이에요? 할아버지?”
“그럼, 정말이고말고. 왜 부럽냐?”
“네, 저도 다른 세상이 보고 싶어요. 제가 본 것은 바닷물이랑 모래가 전부예요.”
“그러냐? 그럼 이 할애비가 세상 구경 시켜줄까?”
“와, 정말이에요? 할아버지?”
“그럼, 정말이고말고. 내가 바닷물 속에 앉았다가 일어날 테니까 그때 내 어깨 위에 올라타거라.”

속초 청간정 아래 바닷가
[사진 2] 속초 청간정 아래 바닷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할아버지 ⓒ정현옥
작은 해변에 사는 물이에게 지혜로운 할아버지는 위대한 거인입니다. 물이는 거인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넓은 세상을 보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될 테지요.

여러분들도 물이처럼 거인 친구를 갖고 있나요? 혹은 거인 친구가 나보다 똑똑하고 잘나서 우울한가요? 아니면 올라가지 못할 나무라며 거인을 부러워 하고 있나요?

우울하지도 부러워하지도 말아요. 우리가 거인이 아니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고 세상의 지혜를 배우면 되니까요.

책, 사람, 환경···

우리들 주변에 있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따뜻하게 다가가면 우리는 틀림없이 위대한 거인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려면 거인을 알아보는 안목도 키워야겠지요? 그런데 만약 내 주변에서 거인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결코 실망하지 마세요.

내 안에도 거인이 살고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멀리 보고 싶다면, 내 안에 살고 있는 거인을 꺼내보세요. 바로 지금.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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