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이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기원하는 까닭은

오지환 선수
LG트윈스 오지환 선수

확실히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자카르타 팔렘방에서는 아시안게임이 한창인데 주변 스케치를 해보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현재 방송을 포함하여 페이스북이나 기타 SNS 등에서 아시안게임 관련한 소식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잘사는 선진국들은 프로 스포츠에나 열광하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아마추어 위주의 국제 스포츠경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그 열기가 매우 뜨거웠었다. 과거 대한민국도 그랬었고.

현재 대한민국은 금11, 은15, 동23 도합 49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중국, 일본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한민국 선수가 금메달 따는 장면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아마도 없지 싶다. 방송을 제대로 안 해서 그렇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으니, “대한민국 야구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라는 야구팬들의 응원문구다. 문맥상으로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문장이다. 금메달을 기원하는 것도 아니고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하긴 ‘얼굴천재’라는 말도 있으니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어색한 문장은 그리 놀랍진 않다. 왜 야구팬들은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팀에 축복도 아니고 저주도 아닌 이상한 기원을 하는 것일까?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대한민국 야구팀은 각 프로구단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주축이다.

△투수= 이용찬 함덕주 박치국(이상 두산) 임찬규 정찬헌 차우찬(이상 LG) 최충연(삼성) 양현종 임기영(이상 KIA) 정우람(한화) 박종훈(SK) △포수= 양의지(두산) 이재원(SK) △내야수= 안치홍(KIA) 박민우(NC) 최정(SK) 오지환(LG) 김하성 박병호(이상 넥센) △외야수= 김재환 박건우(이상 두산) 손아섭(롯데) 김현수(LG) 박해민(삼성)

이상 24명이 최종명단인데, 이중 내야수 오지환이 선발된 것이 은메달을 기원하게 된 원인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운동선수의 경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면 병역특례를 받아 군복무를 면제받게 된다. 스포츠 선수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것은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중단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지 개인의 영달을 도모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오지환 선수가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느낌을 준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들 가운데 야구의 경우 우리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 정도이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프로야구 선수 한 명도 없이 사회인야구선수를 선발해서 출전시켰다. 그리고 대만의 경우 프로선수 7명이 포함되긴 했지만 나머지 구성원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전원 프로야구 선수인 대한민국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한국야구는 금메달 받으러 팔렘방에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상황이 오지환 선수로 하여금 오판하게 만든 듯하다. 오지환 선수는 체육부대인 상무에 입대하여 계속 야구를 할 기회가 있었으나 병역면제를 받아야겠다는 큰 뜻을 세우고 상무에 신청조차 하지 않아 졸지에 국민 밉상이 되고 말았다.

하다못해 오지환 선수가 실력으로 평가받아 선발되었다면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라 아마 이번 일은 오지환 선수가 야구를 하는 동안은 계속 회자되지 싶다.

참고로 오지환 선수는 주 포지션이 유격수이지만 대표팀에서는 내야 백업요원으로 선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업선수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지환 선수는 유격수만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상이 내가 알고 있는 ‘은메달 기원’에 대한 전말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오지환 선수는 순간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니 후회는 하지 않겠지만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당사자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다. 정말 사람이 문제다.

마침 6년 만에 처음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 솔릭(SOULIK)으로 인해 23일 출국하려던 한국야구팀의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아무쪼록 태풍을 잘 피해 출국 잘하고 꼭 은메달 따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얼굴천재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유? 나온 해괴해서.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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