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컴퓨터 공학부 랜디 포시 교수가 2007년 9월에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Really 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s)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출판한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은 마지막 강의.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인 제프리 재슬로가 적고 시나리오를 쓰는 심은우가 번역한 것을 살림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나는 최근 알 수 없는 장기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여기서 밝힐 수 없는 한 이유가 원인으로 짐작이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력한 상태로 지내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에게 SOS를 쳤다. 그러자 딸은 불쑥 책 한권을 내민다. 바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다.
마지막.
왠지 모르게 슬픈 단어. 마지막이라는 말은 조금 혹은 많이 아프고 외롭다. 긴장되고 설레는 느낌의 ‘처음’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감정이다.
“제 간에는 약 10개 정도의 종양이 자라고 있습니다. 의사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만 제가 그나마 건강한 상태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셨죠. 그게 한 달 전의 일이니까 계산해 보실 수 있겠죠? 네, 이게 제가 처한 현실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지막 강의라니.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로 지난밤을 하얗게 지새고 말았다.
“저희 아버지는 항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는 당당히 맞서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만 결정해야 하죠. 이미 들고 있는 카드의 패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손에 든 패로 어떻게 게임을 할 것인가만 우리에게 달려있죠.”
랜디 포시 교수는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를 마지막 강의로 남겼다. 그는 어릴 적 꿈을 어떻게 이루면 좋은지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나는 카르마의 존재를, 보은을 믿습니다. 오직 진실만이 필요한 도움을 얻게해줍니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정직한 사람을 더 선호합니다. 오래 가는 건 정직이거든요.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사과하세요. 그리고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더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는 ‘행운은 준비해온 자의 몫’이라는 말을 남겼다.
세 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그의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 나는 지금 슬프다. 그래서 더 못 적겠다. 좋은 책이니 기회가 된다면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활자보다 영상이 편하면 이곳 멜론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그의 ‘마지막 강의’를 볼 수 있다.
*****
랜디 포시 교수는 마지막 강의를 한 10개월 후인 2008년 7월 25일 새벽, 버지니아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듕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 2021-09-25
- 작품성이 엿보였던 영화 자산어보 - 2021-09-24
-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2021-09-12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