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입문자에게 어울리는 무협소설, 김용의 사조영웅전

사조영웅전
김영사에서 8권으로 출간한 김용의 사조영웅전.

지난 10월 30일 세상을 떠난 중국 무협소설의 대부 김용. 김용은 고룡, 양우생과 더불어 3대 무협작가로 불리지만 무협소설을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그 가운데 으뜸이라 할만하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김용의 대표적인 작품 ‘사조영웅전’이다.

한국에선 사조영웅문,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하나로 묶은 ‘영웅문’ 이라는 책의 1부에 소개된 바 있는데, 이 세 작품은 내용은 연결되지만 각각 발표된 별도의 작품이다.

아마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은 몰라도 1995년 개봉한 영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은 들어봤으리라. 영화 동사서독은 김용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이다.

사조영웅전에선 띨빡한 곽정과 여우같은 황용 커플이 주인공이지만, 동사서독은 동사 황약사와 서독 구양봉, 특히 서독 구양봉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사조영웅전의 시대적 배경은 몽골의 테무진이 나라를 세우기 직전인 남송과 금나라 때로 시간적 간격이 좁지만 공간적으로는 중국 전역과 몽골의 사막과 초원지대 그리고 호레즘(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지역까지 아우르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하지만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서 공간적 규모가 크다는 것은 큰 의미가 되지는 못한다.

김용은 자신의 작품이 무협지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지 한사코 역사소설로 불러달라고 했다는데, 배경이야 실제했던 역사라 치더라도 등장인물들의 무공이 너무 고강하므로 무협소설임에는 분명하다. 아무려면 어떤가.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

웬만한 판타지나 무협지가 다 그렇겠지만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제갈량의 칠종칠금(七縱七擒)을 흉내 내듯 곽정이 구양봉을 세 번이나 풀어주고는 그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대목에서 중국 특유의 느긋함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에 따른 반전요소가 있어 견딜만하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사조영웅전은 곽정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강직한 성품이지만 제대로 표현하면 덜떨어진 인물이다. 머리가 나빠 빨리 배우진 못하지만 끈기가 있어 제대로 배우는 장점은 있다.

황용은 곽정의 연인이다. 황약사의 외동딸로 머리가 비상해서 모자라는 곽정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이들을 둘러싸고 여러 고수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야기의 축은 부모를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와 망해가는 나라에 대한 의리(?) 같은 것이지만 심하게 강조되어 있지는 않다. 그 보다는 각각의 등장인물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느낌이어서 다음 작품을 위한 밑밥을 까는 것으로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완성도는 높다.

김영사에서 총 8권으로 출간한 사조영웅전은 무협지를 읽어보려는 입문자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 무협지는 남녀 간의 애정신이 너무 강해 추천하기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김용의 작품들은 깔끔해서 좋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면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영화는 안 봐서 모르지만 영화보다야 백배 낫지 않을까 싶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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