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나온 묵향 35권 ‘암살계의 노선배’를 읽다 날벼락을 맞다

묵향 35권
《묵향 35권》 날벼락을 맞은 관계로 경황이 없어 사진 찍는 것을 잊고 말았다. (이 사진은 인터넷 서점에서 업어온 것을 손본 것임)

판타지 소설 묵향 35권이 2년 만에 출간됐다. 묵향 34권이 2017년 6월에 나왔으니 2년은 넘기지 않은 셈이다. 이젠 출간을 하든지 말든지 신경을 끊고 있었는데 모처럼 들른 도서관 책꽂이에 35권이 꽂혀있기에 출간 사실을 알았다.

묵향은 항상 대여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도서인데 이 따끈한 책이 책꽂이에 꽂혀있다니 묵향의 위명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긴 나부터 읽을까 말까 잠시 내적갈등을 겪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35권을 읽으면 36권은 2021년이나 되어야 구경할 수 있을 텐데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기다리누. 차마 못 기다릴레라.

그러나 20년 전 처음 묵향을 읽었을 때의 좋았던 느낌이야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경쟁력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과, 후속편을 못 보더라도 안달복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과, 돈 드는 일도 아닌데 망설이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을 하니 결정이 쉬웠다.

그렇게 고민 끝에 빌려온 책인데 마(魔)가 꼈는지 묵향 35권을 읽다가 그만 날벼락을 맞았다. 인터벌이 너무 길었나 보다.

도서 대여기간이 2주여서 아무리 많이 빌려와도 여유 있게 읽고 반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묵향을 포함 딸랑 7권뿐이니 쉬엄쉬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 전에 읽으려고 아껴뒀다가 자정 무렵에 책을 펼쳤다.

묵향 35권은 ‘암살계의 노선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34권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뭐 읽다보면 기억이 날 테지. 어디 전 작가의 말빨… 아니 글빨을 좀 감상해볼까.

전기 아끼느라 큰 등은 소등하고 스탠드 등을 켠 채 자리에 누워 책을 펼쳤다. 왼쪽으로 누워 10분, 오른쪽으로 누워 10분, 천정을 보고 정면으로 누워 15분. 정면으로 누워 책을 읽을 땐 팔을 쳐들어야 해서 특히 힘들다. 푸쉬업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

제목은 묵향이건만 묵향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라이가 묵향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아르티어스는 책의 끄트머리쯤에 생존보고라도 하는 것처럼 콧등만 비쳤다. 묵향이 발해의 고수에게 죽임을 당한 후부터는 완전 새로운 작품을 읽는 느낌이다. 뭐, 그런 건 어떻더라도 상관없다.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정면으로 누워’ 자세로 라이와 함께 판타지 세계를 헤매고 있는데 뭔가 콧등에 떨어졌다. 이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 책장을 넘기는 순간 뭔가 우수수~~ 떨어진다.

머리카락이다. 이게 웬 날벼락? 책속에서 머리카락이 왜? 그러고 보니 바로 직전에 떨어진 건 코딱지 같다. 크기나 무게로 보아도 그렇고, 책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흔적들로 보아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더러븐!

잠시 DNA채취를 위해 머리카락이나 코딱지를 수집할까 했지만 그냥 접기로 했다. 처벌을 하려고 해도 적용할 마땅한 죄목이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도서관이나 국과수 등에서 나서 줄 것 같지 않아서이다. 나만 별난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책의 출간이 느리다는 둥 스토리가 이상해졌다는 둥 묵향에 대해선 좀 별나게 꽁알댔더니 벌을 받았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다 싶다. 그래서 한마디 한다.

“거… 책 좀 깨끗하게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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