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4권 배신의 시대 ··· 독자를 배신한 작가 전동조

전동조 작가와 환타지 소설 묵향34권

우연히 묵향 34권이 출간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벌써 일 년이 지났나? 아니 이 년인가?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전동조 판타지 무협소설 ‘묵향’은 2000년이 되기 전인 1999년도에 세상에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8년 전이다.

이제는 묵향이 나왔는지 들어갔는지 덤덤하게 되었지만 한때 묵향의 출간소식에 목을 빼고 기다렸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신간이 나오면 해가 바뀌었나보다 할 뿐 그 끝도 없는 기다림의 대열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한지 오래이다. 그저 기회가 닿아 내 손에 집히면 읽고 그렇지 않으면 말고.

묵향34권 출간소식을 접하고 판타지 관련서적을 검색해보니 아직도 묵향이란 키워드를 떡밥삼아 낚시하는 철부지 강태공들이 즐비하다. 묵향, 묵향 34권 출간, 묵향 34권 텍본……. 아직도 묵향을 떡밥으로 사용할 만큼 신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정도의 독자사랑이라면 빨리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 작가로서의 예의다.

사실 장르문학에서-장르문학이란 말은 이후부터 사용되었지만- 필력이 떨어지는 작가들이 생산해내는 허접한 작품들 가운데서 묵향은 그나마 읽을 만 했기에 그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그나마’라는 말은 사감(私感)이 용해된 표현이고, 묵향은 ‘썩’ 괜찮은 축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나 이상혁의 데로드 & 데블랑 등 구성이 탄탄한 작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묵향은 정도에서 벗어나 마인(魔人)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선함에다 판타지와의 접목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스토리가 무너지기 시작한 3부 ‘묵향의 귀환’전까지는.

개인 속사정까지야 알 수 없지만, 전동조 작가는 애초 구상한대로 1부 ‘묵향’ – 2부 ‘다크레이디’ – 3부 ‘묵향의 귀환’으로 끝냈어야 했다. 묵향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돈벌이 수단으로 묵향을 포기할 수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량을 늘리기 위한 작업이 병행되면서 스텝이 꼬여버렸다.

묵향 34권 ‘배신의 시대’는 분량을 늘리기 위한 작가의 의도만 읽힐 뿐 완결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버리기에 충분하다. 나무늘보처럼 느린 출간도 문제인데 씨줄 날줄 구분이 힘든 내용은 18년 동안 성원을 보내준 독자들에 대한 배신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한덕구

덕구일보 주간.
제가 바담 풍하더라도 바람 풍으로 알아묵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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