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영화 코치카터

코치카터

고등학교 특급 유망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였던 한 야구선수가 후배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야구부는 학교에 폭력이 없었다고 보고했고 어떤 징계도 주지 않았다.

그 후 제보를 받은 학교가 뒤늦게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었지만 ‘조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 사실이 가해자의 이름이 ‘삐리리’ 처리된 상태로 SNS 등을 통해 인터넷에 알려지게 되었다.

한편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 국가대표팀에서 한 선수가 학교 측의 요청으로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학교 측에서 밝힌 이유는 ‘밝힐 수 없다’였다. 야구를 좋아하는 네티즌이라면 그 ‘삐리리’ 처리되었던 폭행가해자가 바로 휘문고 안우진 선수라는 것을 벌써 알고 있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야구관련 프로그램에선 야구 관계인들이 나와서 강력한 징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이유라도 ‘폭력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뭔가 강력한 징계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사건의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며칠 전 안 선수와 관련된 기사가 떴다.

“‘안우진 팀 역대 최다 6억원’ 넥센, 신인선수 전원 계약완료”

거의 모든 스포츠 관련 매체들은 안우진 선수의 계약사실을 어떤 덧붙이는 내용 없이 사실보도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접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이 사회문제가 되는 시기에 이러한 사건이 유야무야 묻힌다면 학원폭력을 뿌리 채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는 중이라 그런지 요즘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그러다보니 간혹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하는 지나간 영화를 보게 되는데 마침 의미심장한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다. 제목은 ‘코치카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토마스 카터 감독의 작품이다.

코치카터는 예전에 보긴 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윤곽만 남아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잊고 있었던 영화였다. 그러다가 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폭력사건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예전과 다른 마음으로 열심히 시청했다. ‘죽은 시인들의 사회’ 같은 코치카터를!

“가장 힘든 승부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리치몬드 지역에 있는 리치몬드 고교. 이 학교에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로 구성된 농구팀이 있다. 리치몬드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잘못된 길로 간다. 농구팀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실력도 없고. 이런 학교에 캔 카터가 농구팀 코치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코치카터

코치카터는 70년대 리치몬드 고교 출신의 농구스타이다. 그는 모교의 농구팀을 맡으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운다. 하나는 4년째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리치몬드 농구팀에 옛날의 영광을 찾아 주는 것. 또 하나는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농구팀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대로 졸업시켜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다.

카터코치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엄한 규율로 가혹한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규칙을 만들고 지킬 것을 지시한다.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학점을 2.5이상 받을 것 △모든 수업에 참여할 것 △수업에서 맨 앞자리에 앉을 것.

그 와중에 팀을 떠났던 크루즈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개인과 팀의 차이를 깨닫고 하나의 팀이 되어갔다. 그리고 강팀이 되어간다. 무패 16연승. 그러나 카터코치는 농구팀이 승승장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자신이 세운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육관의 문을 잠그고 경기출전을 거부한다.

카터코치의 엄격한 교육방식은 학생, 학부모로부터 반감을 사게 된다. 그러나 카터는 꿋꿋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간다. 급기야 잠긴 체육관 문을 여는 문제로 교내 재판이 열린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엑기스와 같은 카터코치의 감동적인 연설이 나온다.

“난 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15, 16, 17년 동안 선수생활을 해도 아주 기본적인 농구 규칙조차 무시하는 선수들을 보십시오. 이들은 언젠가 법도 무시해버릴 겁니다.

전 리치몬드에서 30년 전 농구를 했습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료선수들 중 몇은 감옥에 갔고, 다른 몇 명은 살해당했습니다. 전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코치직을 맡았습니다. 혼란스런 젊은 학생들! 이들을 바꾸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투표결과 체육관 문을 여는 것으로 결정되자 카터는 코치직을 사임하고 떠나려한다. 하지만 이미 카터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었다.

“코치님, 사람들이 체육관의 자물쇠는 부실 수 있어도 저희들에게 게임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저흰 우리가 같이 시작한 이 일을 끝까지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떠나시려면 떠나버리세요. 우린 우리 할 일을 할 겁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모든 수업에 참여하여 ▲수업에서 맨 앞자리에 앉았으며 ▲결국 2.5 이상의 학점을 받았다. 그러자 카터 코치는 “모두 합격이다. 이제 농구를 시작하자!”라고 말했다.

농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훌쩍 자란 아이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연승을 거듭하여 결국 주 대회까지 나간다. 그러나 주 대회에서 만난 상대 지역 1위 팀인 세인트 프랜시스는 강했고 결국 한 골차 패배를 한다.

“자, 선수 여러분! 난 자네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4개월 전, 처음 리치몬드 코치가 되었을 때 난 꿈이 있었다. 내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 꿈은 … 나는 농구를 가르치고 자네들은 학생들의 본분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너희들의 선생이 됐고 … 너희 들은 ‘남자’가 되었다. 이점에서 고마울 따름이다.”

리치몬드 고교는 주 대회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 중 여섯 명이 5개 대학에 체육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주니어 배틀은 센 호세 주립대학에 전액 장학금으로 받고 입학했다. 제이슨 라일러는 산 디에고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티모 크루즈는 가드 포지션 선발 멤버로 홈볼트 대학에 진학했다.

제이슨 윔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해서 4년간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다. 케넌 스톤은 세크라멘토 주립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카터 코치의 아들 데미안 카터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리치몬드 고교의 득점, 어시스트 기록을 갱신하고 졸업 후 웨스트포인트 미 사관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그들은 모두 남자가 되었다. 카터코치를 통해서.

코치카터는 교육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 영화다.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다.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휘문고 야구팀에는 없고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에는 있는 것, 바로 참 된 선생이다. 휘문고에는 없었지만 이 땅 어느 곳 어느 학교에는 코치카터 같은 선생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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