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의 골디락스(Goldilocks)

참아요!

인간관계는 흉허물 없이 너무 가까워도 탈이 생기기 쉽고, 한편 교감할 거리가 생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멀어도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결국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해야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는 친구사이라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조선시대 인삼왕 임상옥은 당시 최고의 권력자 박종경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성공해서 최고의 거부가 될 수 있었다. ‘불가근불가원’과는 다른 관계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임에는 분명하나 ‘적당히 좋은’이 첨가됨으로써 최고의 조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인간관계에도 골디락스(Goldilocks)가 있다는 뜻이다.

골디락스라는 말은 ‘적당히 좋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문학적 표현이다. 이를 경제학·천문학 등에서 뒤에 필요한 단어를 붙여 사용하는 전문용어로 만들어 버렸다. 골디락스라는 말이 나오게 된 동화를 간단히 알아보자.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그냥 골디락스라고도 한다.

예쁜 금발머리 소녀가 숲속을 헤매다 한 오두막을 발견했다. 노크를 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소녀는 그냥 들어갔다. 부엌에 간 소녀는 죽 세 그릇이 식탁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 죽과 두 번째 죽은 각각 뜨겁거나 차가웠고 세 번째 죽은 딱 적당한 정도여서 소녀는 세 번째 그릇을 맛있게 비웠다.

식사를 마친 소녀는 피로가 몰려와 거실로 갔는데 거실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첫 번째 의자와 두 번째 의자는 너무 크거나 작아서 앉을 수 없었고, 세 번째 작은 의자는 딱 맞아서 소녀는 편하게 앉았으나 그 의자는 곧 부서져 버렸다.

소녀는 그 다음에 침실로 갔다. 침실에는 세 개의 침대가 있었다. 첫 번째 침대는 너무 딱딱해서 잘 수가 없었으며, 두 번째 침대는 너무 푹신해서 잘 수가 없어서 딱 맞는 세 번째 작은 침대에서 소녀는 잠이 들었다.

이 때 그 집주인인 세 마리 곰이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아침 식사를 하러 부엌에 갔을 때 누군가가 죽을 건드린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누가 내 죽을 먹은 것 같아!” 아빠 곰이 말했다. “누가 내 죽도 먹은 거 같아!” 엄마 곰이 말했다. “누가 내 죽을 전부 다 먹어버렸어!” 아기 곰이 슬퍼하며 말했다.

곰들은 거실로 갔다. “누가 내 의자에 앉았었어!” 아빠 곰이 말했다. “누가 내 의자에도 앉았었어!” 엄마 곰이 말했다. “누가 내 의자를 부숴버렸어!” 아기 곰이 슬퍼했다. 곰들은 침실에 갔다. “누가 내 침대에 누웠어!” 아빠 곰이 말했다. “누가 내 침대에도 누웠어!” 엄마 곰이 말했다. “누가 내 침대에 누웠어. 그리고 지금도 자고 있어!” 아기 곰이 외쳤다.

그 소리에 소녀는 눈을 뜨고, 세 마리 곰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곧바로 멀리멀리 도망친 그 뒤로 오두막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 소녀의 이름은 골디락스(Goldilocks)였다.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유명한 영국의 전래동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한다”라는 동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골디락스는 황금색의 머릿결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황금색 머릿결이라는 뜻보다는 금발소녀 골디락스가 겪었던 상태에 빗대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 혹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알맞은 상태, 즉 적당히 좋은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경제학에서 경제성장은 계속되지만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즉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기의 경기상태를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라고 부른다.

그리고 천문학에서는 너무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을 ‘골디락스 지대(Goldilocks Zone)’라고 한다.

요즘은 마케팅에서도 골디락스라는 말을 차용하고 있다. 고가, 중간가, 저가의 상품을 함께 진열함으로써 소비자가 중간가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중간가 책정’을 의미하는 용어를 ‘골디락스 가격(Goldilocks Pricing)’이라고 한다. 강원도 횡성군 중금리 CF가 좋은 예이다.

경제학, 천문학 심지어 마케팅에서도 골디락스를 사용하는데 인간관계에서는 어떨까?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히 좋은 관계를 골디락스 관계(Goldilocks Relation)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뭐든지 적당히 좋은 것을 뜻하는 용어가 골디락스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많지도 적지도, 뜨겁지도 차갑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히 좋은 상태. 임상옥이 권력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 슬기를 배우자.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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