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재판의 유책주의vs파탄주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최태원 노소영 김민희 홍상수
좌로부터 최태원 SK회장, 노소영 아트센트 나비 관장, 영화배우 김민희, 영화감독 홍상수.

지난 15일 “최태원 SK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트 나비 관장을 상대로 한 이혼조정신청사건의 첫 조정기일에 참석했다”고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날 조정 절차에 최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혼을 희망하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조정기일에는 당사자 출석이 원칙이지만 소송위임장을 제출할 경우 소송대리인이 대리 출석할 수 있어 두 사람이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날 가십을 다루는 종편 프로그램에서는 법률전문가들이 패널로 출연하여 최 회장의 조정기일 출석사실과 함께 홍상수 영화감독과 영화배우 김민희 커플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이들의 결혼이 성사될까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현재 홍 감독은 부인과의 이혼재판(12월 15일)을 앞두고 있다.

이 두 사건은 아내 쪽에서는 이혼을 거부하는데 남편 쪽에서 원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 이들의 사건을 보면서 이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혼은 결혼에 비하면 참 쉽다. 그런데 이번 보도를 접하니 이혼이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진다. 이는 우리나라 재판이혼의 경우 ‘유책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재판, 유책주의vs파탄주의

유책주의란 법원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청구하는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1965년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 이후부터 계속 그 기조를 지켜오고 있다.

반대로 혼인파탄의 책임유무를 따지지 않고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파탄주의’라고 한다. 이는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난 상황이라면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책주의 파탄주의

2015년 9월 15일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유의미한 재판이 있었다.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 생활을 깬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결한 재판으로 기존의 유책주의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전원합의체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대법관 13명 가운데 6명이 ‘결혼 생활이 이미 파탄 났다면 실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게 맞다’는 반대 의견을 내어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겨두었다.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모두가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언젠가 유책주의 기조가 폐지되리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간통죄가 폐지되었던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옛날 가부장시대 부인들이 억울하게 쫓겨나는 ‘축출(逐出)이혼’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채택된 유책주의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금간 그릇이라도 조심한다면 더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릇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홍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유책주의, 어쩌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상황은 아닐까.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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