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교통사고에는 마디모프로그램

교통사고

지인이 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면서 전해준 이야기. 자신의 지인(이하 그냥 ‘지인’) 가운데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나이 지긋하신 여사장이 있는데, 이 지인이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가 합의금으로 백만 원을 줬다는 내용이다.

그 지인은 반찬을 만들어 배달만 하는 가게를 하는데, 지난 설을 앞두고 반찬재료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고 한다. 시장 통이라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해서 천천히 차를 몰고 가는데 백미러에 뭔가 부딪혔다나.

지나던 사람의 손이 백미러에 스친 사고랄 것도 없는 사고였다. 그 반찬가게 지인이 피해자에게 괜찮은지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기에 별 생각 없이 장을 보고 왔는데, 이삼일 후 관할 경찰서에서 ‘뺑소니사고’로 신고 됐으니 모월 모시에 출두해서 조사받으라는 연락을 해왔단다.

▷뺑소니에 관한 글: www.duckgooilbo.com/4645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생략하고 결론은 그 지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조로 백만 원을 송금해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돌아다니다 지인을 통해 나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마디모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그 지인이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면 그런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설을 앞두고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급히 합의를 하였겠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가벼운 사고에 백만 원은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다.

마디모 프로그램은 이렇게 양심에 털이 난 불량자를 걸러내기 위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교통사고 상황 등을 재연하는데 이용하려고 도입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차량 정지 중 출발 또는 후진하는 과정에서의 추돌사고
▷운행과정에서 스치듯 접촉하여 스크래치 정도의 발생사고
▷사이드미러를 경미하게 부딪힌 사고
▷교통사고 발생 후 며칠이 지나 신고하는 사고
▷기타 일반인의 상식상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사고

위와 같은 사고라면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해볼만 하다. 가벼운 교통사고를 부풀려 합의금을 받다가 적발되어 처벌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모두 마디모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 지인이 “일단 접촉사고 부분은 인정한다. 합의금 줄 테니까 일단 그전에 마디모 프로그램을 접수해서 받아보자.”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경찰에 사고 접수하면 신청가능하다

마디모 프로그램은 경찰에 정식으로 사고접수를 하고 마디모를 요청하면 된다. 이때 사고 담당조사관은 사고 정황상 피해가 가벼울 가능성이 매우 큰데 피해자가 억지를 부린다고 판단되면 마디모를 의뢰하게 된다.

경찰하면 반사적으로 불신을 보내는 분들도 많지만, 힘없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믿을 곳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니까 믿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요즘 경찰도 경찰 나름이니 너무 알레르기 반응 보일 필요 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마디모 프로그램이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절대적인 사항이 아니므로 마디모 프로그램 결과를 무슨 확정된 판결문인양 취급하면 안 된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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