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자 작가 포토에세이(3) 등 긁어주세요

청소하는 할아버지
봄맞이 대청소 중인 경비할아버지. 효자손 같은 갈쿠리로 긁어주자 화단의 흙들이 시원하다는 듯이 향기를 뿜어냈다. ⓒ김인자

할아버지, 등 긁어주세요.

어디 여기?

아니, 거기 말고 고 밑에요.

요기?

아니요, 조금 더 밑에요.

아, 요기이?

아니요, 좀 더 아래요.

아, 요기~

아니, 아니 좀 더 아래요, 할아버지.

응, 요기~~

예, 맞아요, 할아버지.
거기예요, 거기.

으응, 여기?
어떠냐? 이 할애비가 긁어주니까 시원하냐?

예,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긁어 주니까 시원해요.

할아버지,
조금만 더 세게 박박 긁어주세요.

따뜻한 봄이 되니까
등이 자꾸만
간지러워요.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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