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좀 특별한 버디벤치가 있다

친구를 부르는 버디벤치
친구를 부르는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두 할머니가 카메라 셔터음에 놀랐나 보다.

“올해 나이가 어찌 되는데?”
“칠십 여섯, 그쪽은?”
“나는 팔십.”
“팔십인데도 짱짱하네.”
“짱짱하기는 무릎이 아파서 잘 못 걷는데”
“무릎에는 가시오가피가 좋다던데···”

내가 사는 동네에는 좀 특별한 벤치가 있다. 앉아 있기만 하면 누군가 와서 말을 걸어주는 신통한 벤치다.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주로 할머니지만 딱 그렇게 기필할 수는 없고, 가뭄에 콩 나듯이 아저씨, 아줌마,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벤치들이 비어있을 때도 이 벤치만은 항상 사람이 앉아있다. ‘도서관 가는 길의 연리지’에서 소개했던 산책로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벤치에는 마법이 걸려있는 듯하다. 어느 착한 마법사가 그런 마법을 걸어놓은 것일까.

자세히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이 산책로에는 얼추 20여 개의 벤치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설치되었을 벤치들 가운데 유독 그 마법벤치만 낡고 삭아서 수명이 다 됐다. 사람들에게 허리를 내주는 신역(身役)을 치르느라 꽤나 힘들었나 보다. 자세히 보면 수평도 맞지 않아서 앉아 있을 때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그리 편한 벤치는 아니다.

마법벤치가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나름대로 추측도 해봤지만 다른 요충지의 벤치들을 생각하니 그 추측이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뭔가 있음이 틀림없는데 그 뭔가가 뭔지 모르겠으니 마법이라고 할 수밖에.

매일 오후 1시면 나서는 산책길에 항상 그 벤치 앞을 지나는데, 오늘은 76세, 80세 할머니 두 분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쪽이 호스트이고, 어느 쪽이 게스트인지 확인하는 것이 무의미한 나이의 두 할머니는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시오가피가 관절 아픈데 좋다고?

마법벤치를 보니 버디벤치(Buddy Benches)가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영국 BBC를 통해 알려진 버디벤치는 ‘친구를 부르는 벤치’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여러 매체에서 소개했다.

[관련기사] https://www.bbc.com/news/stories-45958313

친구를 부르는 버디벤치
해외의 초등학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는 버디벤치. 버디벤치는 ‘지금 나에겐 친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대신 보내준다.
버디벤치
초등학교에 버디벤치를 보급하는 Buddy Bench Ireland의 공동창립자 Sam Synnott와 Judith Ashton.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 버디벤치에 앉으면 다른 친구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줍니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취학 전 어린아이나 노인들은 몰라도 초등학생이라면 ‘왕따’로 소문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난 구석이 있다.

그런데 우리 동네 마법벤치는 아무런 표식이 없는데도 친구를 잘 불러준다. 아무래도 우리 동네 마법벤치가 멀리 아일랜드의 버디벤치보다 몇 배는 더 좋은 것 같다. 언제 한번 앉아 있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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