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련의 음악으로 행복나누기(1) ‘아름다운 소리 공동체’ 첫발을 내딛다

벨로보체앙상블
아름다운소리공동체가 주최한 범죄피해를 입은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음악나눔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벨로보체앙상블.

첫발은 언제나 무엇에서든지 중요하다. 그 첫발이 나를 세워주기도 하고 넘어지게도 한다. 내게도 중요한 첫발이 있었고 그 발을 내딛은 순간이 있었다.

‘아름다운소리공동체’ 이것은 음악으로 아름다운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담아 음악으로 나눔을 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후에 이야기 하게 될 ‘음악복지’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는 내게는 아주 소중한 곳이다.

2018년 2월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하고 2개월 후인 4월 7일에 첫 음악을 통한 나눔을 시작하였다. 평소 함께 요양원이나 가난한 교회 등에 음악봉사를 다니던 연주자들이 이번에도 기꺼이 함께 해주었다.

아름다운소리공동체가 주최하고 벨로보체앙상블이 주관하는 ‘범죄피해를 입은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음악 나눔 콘서트.

전석 2만원.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음악으로 나눔을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음악 나눔 콘서트라면 무조건 음악을 공짜로 들려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래, 조금씩 알려주자. 이번엔 10명만 찾아와준다 해도 감사하자.”

콘서트 전날까지 카카오톡으로 문자로 SNS로 열심히 홍보하고 뜻을 전했다. 이럴 때는 대표라는 것이 바위만큼의 무게로 다가온다. 피해버리고 싶고 안하고 싶은 마음이 목젖을 뚫고 올라올 기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다 받아 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이 내게는 큰 도움이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내팽개쳐 버리고 잠수를 탔을지도 모를 테니까.

콘서트 당일. 며칠 전부터 갑자기 겨울로 다시 돌아갈 기세로 기온이 내려가고 찬바람이 불더니 그날도 어김없었다. 이틀 전 지인이 세탁소에 맡겨두었던 오리털 점퍼를 꺼내 입었다고 투덜대던 것이 생각났다.

‘안 그래도 반응이 없던 사람들이었는데 추워서 움직이질 않겠구나.’ 속으로는 안절부절 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연주자들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밝고 명랑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분주히 움직였다.

약속된 저녁 5시 30분. 진행을 맡은 나는 콘서트를 시작하기 위해 무대로 나갔다. 드레스 자락이 길게 늘어져 그것을 추켜잡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어쩌면 객석을 볼 자신이 없었기에- 땅만 보고 걸어가다 정중앙에 서고 나서야 객석을 바라보고 흔한 표현으로 심장이 멎는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10여 명이 고작일 거라 생각하고 바라본 객석은 50명 이상은 족히 되어보였다. 약간 드문 거리게 앉았을지라도 과한 표현을 써서 꽉 찬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제 음악 나눔이 무엇인지 알려줄 기회를 얻었구나. 열심히 전해보자!’

무대는 정말 훌륭했다. 샌드아티스트 류희와 소프라노 황혜련의 콜라보로 오프닝을 열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고,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태리에서 유학한 후, 오페라 무대에서 현역 오페라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권용만의 무대는 객석의 호흡을 모두 흡입하고도 남을 만 했다. 바리톤 권용만은 동생이 좋은 일 한다며 기꺼이 우정출연 해주고, 저녁까지 사준 정말 좋은 오라버니다.

이날 모든 출연자들이 열심히 연주했고,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열심히 오늘의 콘서트 목적을 이야기했고, 음악나눔에 대해 설명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주었고,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가며 입구에 놓인 후원박스에도 후원금을 정성껏 넣어주었다.

이 콘서트를 통해 만들어진 후원금은 총 67만원. 전액 아름다운소리공동체의 이름으로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로 보내어졌다. 이 후원금은 아이들의 상담비로 사용된다고 한다.

첫 번째 음악나눔콘서트는 이렇게 끝났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연주자들의 자기희생과 이 뜻을 바로 알고 함께 해준 관객들의 노력으로 음악나눔의 첫발을 내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가슴 벅찬 결과이다.

피곤한 발을 이끌고 돌아가는 길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마치 큰 전쟁을 이기고 돌아가는 장수처럼. 그러면서도 머릿속 한편은 이 생각으로 가득하다. ‘첫 끗발이 개 끗발’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첫발. 그 발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가 중요하다. 내가 뜬 밥숟가락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에 따라 내 배가 부를 수도 있고, 허기질 수도 있는 것처럼.

황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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