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세 가지 만트라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는 왜 아직도 류시화인지 궁금해 하며 그의 책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속의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는 문장을 소개한다. 이 문장은 지난 20년간 내 삶에 중심을 잡아주었던 말이기도 하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출간된 것은 1997년. 책의 표지안쪽 하얀 여백에 그해 겨울에 선물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1997. 12. 25.”

류시화, 그의 시(詩)를 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그는 시인이라기보다 명상가로 각인되어 있다. 이는 그가 번역했던 명상서적들과 함께 이 책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 기인한바 크다.

먼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소개하면 이 책은 류시화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며 겪었던 일화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1997년 열림원에서 출간한 산문집이다. 전체 32꼭지의 짧은 이야기와 부록으로 재기발랄한 인디아 어록이 1, 2, 3 세 개로 나뉘어져 실려 있다.

이 책은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지는 곳에서부터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다. 모든 이야기마다 가벼운 사색거리를 던져주는데 뇌 건강에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꺼뭇꺼뭇 욕심의 찌꺼기가 생겨날 때 읽어보면 더욱 좋다.

책을 펼치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여행자를 위한 서시’라는 시가 등장한다. 이 시는 모태 귀차니스트인 나 마저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서 떠난 적도 있었는데 뒤에 기회가 된다면 여행기로 적어 봐도 좋을 정도로 인상 깊은 여행을 했었다.

여행자를 위한 서시

앞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32개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 중에 ‘세 개의 만트라’라는 제목의 글이 있고, 이 이야기 속에 오늘 소개하고 싶은 문장이 들어있다. 먼저 내용을 살펴보면,

스승을 찾아 인도까지 왔다는 류시화가 거대한 바위에 불상처럼 앉아있던 요기 싯다 바바 하리 옴 니티야난다에게 마음을 빼앗겨 어거지로 그의 제자가 되었는데, 요기가 가르쳐 주는 것 없이 고생만 시키자 배움을 포기하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날 아침 며칠간의 고생이 분에 겨워 물 항아리를 내동댕이쳐 산산조각 내버리고 곧장 인근의 마을로 간 류시화는 다른 마을로 가는 버스에 앉았는데, 며칠간의 스승이었던 싯다 바바 하리 옴 니티야난다가 나타나 세 가지 만트라를 전수시켜주겠다고 한다.

요기는 차창 너머로 손을 뻗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세 개의 만트라를 전했다.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말을 마치고 나서 요기는 내 머리에 손을 얹은 채로 “옴-” 하고 진동을 보냈다. 그 순간 척추 끝에서 온몸을 마비시킬 것만 같은 강한 진동이 일면서 몸 전체로 퍼졌다. 축복과 환희의 물결이 내 안에 밀려 왔다.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류시화 만큼은 아니겠지만 작은 전율을 느꼈다. 첫 번째 만트라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는 요기의 말은 류시화의 귀를 거쳐 그의 손을 통해 나에게로 전달되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한글로 된 글을 읽으며 인도 억양의 요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뜻으로 전달된 그 말은 그대로 내 머릿속에 박혀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었다.

‘나 자신과 타협하지 말 것’

그 동안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또 다른 ‘나’는 항상 나를 편하고 쉬운 길로만 인도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은 피하도록 나를 조종했는데, 이날 이후 나는 ‘나’를 제압하고 당당할 수 있었다. 대신 겁나게 고생했다.

세 개의 만트라는 인생을 살면서 지키기만 하면 힘이 되는 내용이다. 그때 류시화를 매개로 내가 요기로부터 만트라를 전수받으며 겪었던 신기한 경험은 목소리뿐만 아니다. 바로 그 요기를 직접 본 것과 같은 느낌도 가졌는데 이는 찜찜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엔 요기 싯다 바바 하리 옴 니티야난다의 모습이 오쇼 라즈니쉬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류시화=인도=명상=오쇼 라즈니쉬] 라는 등식 때문이라 생각하고 별스럽지 않게 치부했으나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고 그 배후가 밝혀지자 난 까무러칠 뻔했다.

상상임이 분명하지만 내가 본 그 요기의 모습이 오사마 빈라덴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찜찜함이란… 지금 생각해도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 밤 꿈에 나오지 않아야 할 텐데 아이~ 찝찝해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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