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적 고장 ··· 괴발개발 고치기

며칠 전 밖에 나갔다가 당했던 일이다. 편도 3차선 도로의 1차선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데 앞 차가 좌회전 신호에도 꼼짝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뭣하나 자세히 보니 운전자가 ‘날 잡아 잡수~’ 하는 것처럼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경적을 울려 앞차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야 했지만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렸다. 아니 울릴 수 없었다. 경적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그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앞차 운전자는 신호의 끝자락에 혼자만 빠져나가고 그 뒤에 있던 차들은 신호를 한 번 더 받고서야 좌회전을 할 수 있었다.

자동차 경적이 언제부터 고장이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사용할 일이 있어서 경적을 눌렀는데 소리가 나지 않아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1년에 몇 번 사용하지 않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그때가 작년 이맘때였으니 대략 1년 정도 지났나 보다. 운행에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그대로 있었는데, ‘날 잡아 잡수’ 때문에 수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동선이 겹치는지 도로에서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주엔 두 번이나 일(?)을 당했다. 운전 중에 핸드폰을 조작하는 거 그거 고질병이다.

경적이 고장 나면 약간의 수고로 고칠 수 있는데 쪼르륵 카센터부터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그런지 계속 읽어보면 안다.

¹이 울리지 않는 것은 △퓨즈가 나갔거나, △혼 자체가 고장 났거나, △배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대체로 퓨즈가 나갔을 가능성이 70~80%이고, 혼이 먹통이 됐을 가능성이 20~25%, 배선 쪽일 가능성은 5%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퓨즈가 나간 것이면 이건 수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퓨즈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조치만 하면 된다. 카센터에서 수리비를 받기 뭣한 난감한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이다. 달라고 하면 얼마라도 줘야겠지만 다음부터 그 카센터에는 발길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혼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라면 퓨즈를 갈아 끼우는 것보단 손이 더 가지만 그렇다고 그리 까다로운 작업은 아니다.

자동차 혼
자동차 경음기. 혼(horn)이라고도 한다. 규격이 맞지 않아 테이프로 칭칭 감아 고정시켰다.

본네트²를 열면 앞쪽에 혼이 보이는데 그것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 차종에 따라 혼의 위치가 까다로울 수는 있으나 머리를 잘 굴려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머리처럼 동그란 것은 자꾸 굴려야 한다.

혼은 2~3만 원 정도 하는데 부지런하면 폐차장이나 카센터 등에서 얼마든지 중고를 줍거나 얻어 올 수 있다.

여기까지는 카센터에 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런데 퓨즈도 아니고 혼도 아니면 정말 일이 복잡해진다. 일머리도 없고, 똥손이라면 그냥 카센터에 맡기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롭다.

나의 늙은 애마는 퓨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일단 혼이 맛탱이가 갔고, 테스트 결과 배선 쪽에도 어디서 접촉이 안 되는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쩝~

우선 혼을 교체해야 했으므로 얻은 혼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혼마다 전선에 연결하는 잭의 규격이 달라 애를 먹었다. 대충 우격다짐으로 연결한 후 테이핑을 야무지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

자동차 경음기 수리
혼에서 선을 따와서 실내로 끌어왔다.

문제는 배선이다. 수리를 하려면 핸들의 커버를 분리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시도를 해봤으나 무식하게 뜯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또 동그란 것을 굴렸다. 장고!

장고 끝에 악수 둔다지만 모로 가더라도 서울만 가랬다고 소리만 나면 되는 거 아님?

하여 철물점에서 500원짜리 같은 누름 버튼을 1,500원 주고 사 와서 새롭게 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똥차니까 가능한 일이다. 만약 허우대 멀쩡한 자동차에 누름 버튼을 설치하면 슬픈 일이지.

본네트에 있는 혼에서 선을 따와서 실내 운전석 쪽으로 어떻게 밀어 넣었다. 말이 쉽지 선을 안으로 넣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동차 경음기 수리
핸들 커버를 벗길 수 없어서 별도로 누름 버튼을 달았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누름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빠앙~~” 경쾌하게 경적이 울린다. 반나절을 투자해서 경적을 고쳤으니 앞으로 가차 없이 누를 생각인데 그럴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


1. 혼(horn): 경음기. 트럭이나 버스에서는 공기식 경음기가 많지만 일반 자동차에서는 전기식 경음기가 설치되어 있다.

2. 본네트(bonnet): 정확한 발음은 ‘보닛’이다.

한덕구
Copyright 덕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으나, 무단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